활황증시 틈탄 부당이득에 철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세청이 한국화약그룹 등 3개 그룹에 대해 2백56억5천9백만 원의 증여세를 물린 것은 실권주 인수에 따른 시세차익에 대한 첫 번째 과세라는데 의미가 있다.
86%년까지만 해도 증시가 별로 활발하지 못해 유상증자 시 실권주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발행 가와 시가의 차액이 크지 않아 오히려 대주주가 인수해야할 책임까지 있었다.
그러나 86년 말부터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실권주를 인수할 경우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실권주의 대부분을 사주나 임직원들이 자기 지분비율 이상으로 배정 받아 엄청난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게됐고 차익에 대해 세금까지 물리게 된 것이다.
사실 국세청도 그 동안 실권주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대상이 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3월3일 신주를 발행한 한국화약그룹계열 제일증권의 실권주 69만3천6백76주 (발행가 88억원 상당)를 김승연· 호연 형제가 나눠 인수했다는 자료를 입수한 뒤 비로소 증여세과세 해당 여부를 검토, 재무부의 유권해석까지 얻어 이번에 증여세를 물리게됐다.
이번 조치로 증시의 활황을 틈타 실권주를 발생시킨 뒤 부당한 방법으로 이를 인수, 일시에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기업주주나 임직원들은 철퇴를 맞은 ,셈이다.
국세청은 이번 증여세과세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해 3월3일 실권주가 발생한 제일 증권에 대한 자료를 그해 6월초 입수했으나 증여세 신고기간 (6개월)만기일인 9월3일까지 기다렸다가 실권주 금액이 많은 한국화약·럭키금성·현대 등 3개 그룹을 표본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된 한국화약의 경우 김승연·호연 회장 형제가 86년 말 유상증자한 한양화학의 실권주 97만주와 제일 증권 실권주 69만주 등이 1백66만주의 대부분을 차지해 김승연씨는 1백90억원, 호연씨는 3O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물게됐다.
김승연 회장의 증여세 l백90억원은 개인의 단일세목으로는 사상최대의 액수다.
국세청은 증여세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경우 인수한 실권주를 팔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포기 자와 인수자의 숫자가 많아 거래내용을 명백히 .밝혀낼 수 없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세청은 주식의 시가평가 기준 일을 납일 일로 잡고 당시 발행 가와 시가의 차익만을 계산했으며 포기 자와 인수자가 많을 경우는 안분 계산 방법에 의해 계산했다는 것.
이번에 증여세를 물게된 사람들이 세금을 충당키 위해 ,소유 주식을 대량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해당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진다.,
한편 거액의 증여세를 물게된 한국화약 측은 실권주문제로 많은 물의를 빚은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증여세는 가능한3년 3회 분할의 방법으로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장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