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치에도 「민주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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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구의 개혁을 선도하고 있는 헝가리 정부는 지난주 일반시민에게 정당결성권과 시위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사회주의 국가로선 혁명적인 조치를 취했다.
헝가리정부는 이 조치에 따라 새로 결성될 야당이 새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호할 또 다른 법을 8월1일 의회에 넘길 예정으로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헝가리가 주식시장개설 등 자본주의 요소를 채택,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외에 정치체제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중대한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 법들은 우선 집권 헝가리사회주의 노동당 (HSWP) 이 48년 집권하면서 경쟁 정당들을 탄압한 이래 활동이 금지된 야당의 존재와 이들의 활동을 보장하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벌이는 시위를 제한하는 정부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법무상 「칼만· 컬사」는 『이 조치는 헝가리의 정치체제가 권위주의 체제에서 복수정치체제로 전환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식적인 야당의 인정은 지난 5월 「카롤리· 그로슨가 새 공산당 지도자로 등장 한 후 자유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생겨난 많은 자생적 독립적인 정치단체들의 애매한 지위를 분명히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 국가가 지원하는 청년조직에 도전하는 첫 단체로서 청년민주연합이 탄생되어 활동 중이고 공산당 집권 후 활동이 금지된 독립자영농민당과 사회민주당이 활발한 재건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민주당이 14일 활동재개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야당들은 환영하면서도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고 이▲곳 서방외교관 등은 이 조치들이 공산당의 4O년 권력독점의 포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들은 정부의 『야당인정이 꼭 민주주의가 도래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진정한 다당제가 되기 위해선 모든 당이 집권 HSWP와 같이 정당활동비의 일부를 국가예산에서 보조받는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서방외교관은 새로운 법들이 개혁측면에서 헝가리를 동구의 선두주자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으나 공산당이 야당이 될 가능성은 없으며 『어떤 집권당도 권력을 스스로 포기한 예가 없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 수상과 소련의 「고르바초프」를 존경한다고 밝힌바 있는 「그로스」는 이에 앞서 의회토론의 텔레비전·중계와 국영언론의 반대의견 보도 등을 허용한바 있어 이번 정당결성과 시위권의 보장은 그의 정치· 경제에 있어서의 일관된 개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해준 것으로 보인다 .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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