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30대 검사의 낡은 수첩 속에 있던 말들

중앙일보

입력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지내자’

지난달 7일 오전 2시12분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전지검 천안지청 이상돈(35) 검사의 수첩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천안지청은 지난달 17일 이 검사 수첩에 적혀 있는 글들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 글은 이 검사 아내 A(30)씨가 장례를 도와준 천안지청에 감사 편지를 보내면서 덩달아 실은 것이다.

A씨는 남편 유품을 정리하면서 낡은 수첩을 찾았다고 한다. 이 수첩 안에는 ‘Mind setting(마음가짐)’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이 있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사건을 처리하고 퇴근하던 중 변을 당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과로사로 추정됐다.

[사진 TV조선 방송 캡처]

[사진 TV조선 방송 캡처]

이 검사의 수첩에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지내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자’ ‘일은 열정적이며 완벽하게 하자’ ‘생각을 바르게 그리고 똑똑하게 하자’ ‘감사하자 감사하자 그리고 겸손하자’ ‘건강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자’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본 동료 검사 100여명은 “정말 수첩에 적은 대로 살았던 검사” “나도 이 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겠다” 등과 같은 애도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15년 임관한 4년 차 검사였다. 서울남부지검과 인천지검을 거쳐 올해 2월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천안지청과 동기 검사들은 현재 그의 두 돌이 지난 어린 아들을 위해 장학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0일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을 함께해준 검찰 가족에게도 총장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