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의 세미나 이 년 홍 <정치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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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 10일 이틀간 양평의 남한강수련원에서 열린 평민당 정책세미나장은 참석자들이 입은 노란상의 재킷으로 그야말로 황색의 물결을 이뤄 인상적이었다.
「황색정당」 평민당의 가장 시급한 문제의 하나는 속색깔의 규정이나 「보·혁」의 논쟁보다는 이처럼 「노랑색」 하나로만 보이는 외형적·내형적 체질의 개선으로 지적됐고, 이번 세미나에선 좀 다른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민당의 노선이 개혁이든, 온건이든 또 보·혁 어느쪽에 서있건간에 하나로만 보이고 들리는 모습과 소리가 보다 작은 「하나」들의 결집체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일게다.
그런점에서 9일의 평민당 정책세미나는 평민당이 여전히 거대한 「하나」만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세미나의제도 지자제·정국전망·북방정책·남북관계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거의 다 포함됐지만 바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는 의제로 삼지 않았다.
특히 김대중총재가 세미나 벽두에 행한 특강내용이 이후 계속되는 세미나의 전체적인 토의내용을 결정지었고 어느 누구도 『평민당은 개혁정당』이라는 의미깊은 김총재의 선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총재가 남달리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갖고 상황상황마다 특유의 날카롭고 정확한 판단과 대처능력을 보여왔다는 것은 모르는바 아니지만 전국의 지구당 위원장들이 모인 세미나장에서 총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대표토론에 나선 정대철의원이 우리국민 정치의식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우리국민은 정치지도자를 신통력이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며, 김대중·김영삼 두야당총재를 샤먼시한다고 하자 일부 지구당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어떻게 「총재님」을 샤머니즘적 권위주의 인물로 표현할수 있느냐는 반론이었다.
제1야당 평민당이 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보다 많은 색깔과 소리를 모아 하나의 색깔과 소리를 띠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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