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정상조업」 노노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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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허상천 기자】현대그룹의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서 파업강행을 주장하는 노동자와 조업정상화를 바라는 노동자가 충돌, 유혈사태를 빚는 새로운 국면으로 번졌다. <관계기사 5면>
이 같은 노-노 충돌은 올 들어 부쩍 늘어 파업-정상조업 노동자간에 지난해까지의 노사갈등과는 다른 양상을 빚고 있다.
8일 오전 3시30분부터 오전 5시40분 사이 경남 울산시 전하2동 현대 해고근로자 복직실천협의회사무실과 울주군 상배면 덕현리 석남산장 현대중전기 노조 단합대회장을 정상조업을 바라는 현대중공업노동자 33명이 복면을 하고 각목·쇠파이프를 들고 차례로 습격, 두 곳에 있던 노조간부 등 2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뒤 대기시켜 둔 버스를 타고 달아났다.
이들 중 주동자인 김남소씨(42)가 8일 오후 9시쯤 경찰에 검거되고 1시가 후 이상규씨(30)등 노조대의원 8명이 경찰에 자수했으며 배후조종자로 재미교포 「제임스·리」씨(36)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이 노조대의원들로 조업정상화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점과 버스 1대·봉고차 2대와 무전기·파카에 군화차림을 한점 등을 중시, 회사측의 관련여부를 추궁하고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3시30분쯤 현대중전기노조 조직부장 고철환씨(25) 등 19명이 단합대회를 하고 있는 석남산장을 기습, 『이 새끼들 파업만 일으킨다. 모두 때려죽이겠다』며 집단폭행을 한 뒤 방바닥에 머리를 숙이게 하고 1명씩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우리 아버지는 김일성이다』를 복창할 것을 요구하다 이를 거절하는 조직부장 고씨를 구타, 차에 태워 오전 5시쯤 울산 혜성병원에 내려놓고 달아났다.
이들은 이어 이날 오전 5시40분쯤 현대 해고근로자 복직실천협의회 사무실을 습격,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왜 정상작업을 시키지 않느냐』며 잠자던 현대엔진전노조위원장 권용목씨(32) 등 4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버스를 타고 달아났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조업정상화를 반대하는 조병탁씨(28) 등 13명이 이날 오전 9시40분쯤 플랜트1공장1부두 배관작업장에 가 작업 중이던 이해성씨(37)를 각목 등으로 집단구타하고 이를 말리던 생산부직장 김수택씨(45)를 때려 실신시키는 등 동료 근로자들을 선동, 작업을 방해해 경찰에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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