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체질 바뀌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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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일 관훈동 민정당사 앞에는「민정상담실」이란 새로운 간판하나가 걸렸다.
직원들이 사용하던 식당을 개조해만든 상담실은 정문 바로 옆에 널찍하게 자리잡았다.
신임지도부는 현판식을 가지면서 최소한 월2회는 주요당직자가 직접 상담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고 법률·세무·행정 등 전문분야의 민원상담을 위해 변호사 7명을 포함, 다수의 상담위원을 위촉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있다.
상담실의 등장을 놓고 당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석방된 재야 모인사가 이곳에 사무실을 차릴 것』이라는 농담성 풍문이 나돌고 당 지도부는 「누구든지 환영」이라는 등 매우 적극적인 반응이다.
민정당의 이같은 움직임 저변에는 물론 충분한 사정이 있다.
달동네·꼬방동네서부터 강남의 부유층까지 모든 계층을 상대로 「국민정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최근의 몇몇 여론조사는 13∼14%라는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당은 실로 착잡하고 불안한 분위기로 차있는 게 사실이다.
「꿈도 아픔도 국민과 함께」라고 외치지만 과연 얼마나 국민속에 파고들었느냐는 자생의 목소리가 높다.
굳이 민정당이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비민주적 행태로 일관했던 5공시절을 돌이키지 않더라도 민원을 호소하러 민정당을 찾아온 이들이 정문을 지키는 전경들로부터 섭섭한 대접을 받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직도 정문밖에서는 간간이 몸싸움이 벌어지고 해직공직자·노조원·고추 농민들도 문밖에서 제지를 당했다.
정당이 동사무소나 파출소가 아닐진대 갖가지 민원이 몰리게 마련이고 시국과 관련된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정당이 정당으로 기능하려면 정말로 그들과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민정당은 오는 15일 창당8주년을 맞아 「안정속의 민주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문앞에 전경을 세워 민원인을 차단하는 한 「민정상담실」이 진정한 신문고가 되기 어렵고 그들이 지향하는 안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수없게 되지 않을까 싶다. 김진<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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