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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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겨울답지 않다. 때아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기온도 전국이 영상이다. 춥지 않은 겨울은 덥지않은 여름만큼이나 부자연스럽다.
겨울은 역시 맑은 날씨에 생생 추워야 정신도 맑아지고, 상쾌한 긴장감도 느낄수 있다. 러시아의 날씨가 그처럼 혹독하게 춥지 않았으면「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나 「고골리」의『외투』와 같은 작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었다.「차이코프스키」의 장중한 교향곡 『비창』을 듣고 있으면 러시아의 날씨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세계 주요 잡지들이 다룬 특집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병든 지구를 걱정하는 기사들이었다. 이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상처입은 지구』를 지난해의 인물로 뽑은 특집을 냈었다.
지구의 상처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성층권의 오존층에 뚫린 큰 구멍이다. 오존층은 태양열의 직접적인 반사를 막아주는 커튼같은 구실을 한다. 여기에 큰 구멍이 뚫리면서 태양 광선이 지구에 곧바로 전달되면 기온의 균형이 깨진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선 피부암 발병율이 지난 10년 사이에 4배 이상 늘어났다. 일본도 20년전에 비해 악성 흑색종 (피부암의 일종) 환자가 4배 늘었다. 태양의 유해한 자외선이 인체의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다. 지구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산화탄소와 프로판가스의 방출이 늘어 마치 이불 모양으로 지구를 덮어 지구에서 반사되는 태양열을 흡수해 버린다. 따라서 지구는 자꾸만 더워진다.
대기속의 이산화탄소는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매년 1∼1·5PPM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생태가 계속되면 향후 50년 후엔 지구의 기온이 섭씨 1·7∼5도 상승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환경 보호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나오는 얘기다.
지구의 기온이 이처럼 오르면 극지의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 2010년이 되면 해면의 높이가 91㎝상승, 미국의경우 연해안의 수몰을 막기 위해1천1백10억달러 규모의 제방공사를 해야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영남과 호남지방을 합친 넓이의 땅이 물에 잠긴다.
따뜻한 겨울은 병든 지구의 신열을 재보는 것 같아 오히려 으스스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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