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방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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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서양을 오가며 유럽과 미국.러시아 사이에서 빼어난 외교술을 보여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엔 활동무대를 아시아로 넓혔다. 메르켈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첫 중국 나들이에 나섰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셔틀 정상외교에 본격 뛰어들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메르켈은 대연정의 개혁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경제적인 낙관론으로 이어지면서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독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기도 하다. '메르켈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경제=심리효과'라는 속설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내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과 국제사회 간의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이번 방중의 목적이다. 메르켈 총리가 월드컵을 코앞에 둔 바쁜 시점에 굳이 먼 길을 떠난 이유다.

중국 국영 CCTV 등 현지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방중을 머리기사로 다루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21일 일간 디 벨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독일 전문가를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겉으론 부드러우면서 내적으로는 강철처럼 강인하다는 점이 중국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어 호기심이 매우 크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솔직하면서도 실용적인 독일의 새 외교노선을 선보일 것이라는 게 독일 언론의 예상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균형잡힌 외교를 펼치면서, 필요하면 중국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국제사회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줄 작정이다. 중국과 20건의 투자협력 협정을 맺으며 경제적인 실익도 챙긴다. 이와 함께 중국에 '급성장하는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할 것'도 촉구할 예정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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