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성에 "골드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국의 시베리아로 불리는 서부·청해성에 때아닌 금 열풍이 불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만명의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매서운 추위와 강제노동수용소로 유명한 이곳이 요즘은 희망의 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외환보유를 늘리기 위해 국가적으로 금 생산을 장려하고 이곳에 금맥이 발견되자 국영채금이외에 개인들에게도 채금을 허용했다.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금은 연간 55t으로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이 같은 사금광업자나 개별광원들에 의해 채광되고 있다.
2년 전 청해성에 금이 많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금을 찾아 이곳에 몰려든 중국인이 약 7만∼8만명. 이들은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이미 채굴한 금을 뺏기 위해 서로 죽이고 죽는 살육전까지 벌이고 있어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공식집계만도 지난 2년 동안 이곳에서 금을 다투다 40여명이 죽었다. 87년에 15건의 금 쟁탈싸움이 벌어져 20여명이 죽었고 지난해에도 20여명에 가까운 광원들이 사망했다.
이 같은 살육전은 채광된 금을 정부에 팔도록 되어있으나 중간 거래업자들이 정부 값보다 3배나 높은 값을 제시하며 불법거래를 하고 있고 이 거래에 비밀조직들까지 개입하고 있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중국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개인이나 개별조직들의 채금·판매 등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농부수입은 연 1백44달러인데 금 1온스만 캐어도 1년 수입의 몇 배를 올릴 수 있어 농민들은 농사일을 팽개치고 있다.
서령에서 3백50마일 떨어진 곡마래에서는 인근 민화마을과 황중마을 주민들이 황무지로 버려졌던 땅을 서로 차지하기 의해 집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 농민들은 정부관리의 눈을 피해 채광한 금을 험한 산맥을 통해 운반하려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곡마래 계곡에선 금을 운반하려다 실패한 8명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의 골드러시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목초지에 가축을 놓아기르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티베트원주민들이다.
원주민 목동들(1만7천명)보다 훨씬 많은 채금 꾼들이 금을 찾느라 초지를 뒤집어 엎는 바람에 1억 평에 가까운 토지가 황폐화되어 생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