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입 전면 개방 예시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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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국제수지 흑자가 1백40억 달러에 달해 우리나라가 흑자기조를 완전히 굳힘에 따라, 내년에는 대외 채무가 많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양해를 얻어온 농산물 등에 대한 수입 제한조치를 더 이상 끌고 나갈 수 없게돼 각종 농산물의 전면 수입 자유화 예시 계획의 수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추진 중인 89∼91년 3년 간의 농수산물 수입 예시화 계획 외에 따로 농산물의 전면적인 중·장기 수입 자유화 계획을 강구 중이다.
27일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8조(국제수지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일부품목에 대해 수입제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를 근거로 5백34개 품목(HS10단위기준)의 수입제한을 해왔는데 이에 대한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GATT 국제수지 위원회(BOP)가 내년 상반기 중 열리게 돼 있어 이 조항의 적용이 더 이상 어렵게 될 전망이다.
GATT18조국 졸업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86년 이후 국제수지 흑자국으로 돌아선 이래 특히 매년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고 특히 올해는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세계3위에 달해 더 이상 국제수지 적자를 이유로 수입제한을 하겠다고 버틸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이다.
GATT 국제수지 위원회에서 우리에게 졸업을 선언하면 각 국으로부터 시장개방 압력이 가해지고, 수입 제한을 해오던 5백34개 품목 중 거의 대부분인 4백78개 품목이 농수산물이어서 국내 농업의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발표한대로 89∼91년 3년 간 농수산물 수입 예시화 계획을 서둘려 확정하고 여기에 포함 안 되는 나머지 농산물에 대해서도 사전에 중·장기 수입 예시화 계획을 세워 GATT 국제수지 위원회에 들고 나가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정부로서는 GATT18조국에서 졸업을 하더라도 우리가 수입 예시화 계획을 미리 세워 이를 양해 받아 졸업하면 GATT측이 일방적으로 졸업을 선언해 각 국의 압력 속에 허겁지겁 시장을 여는 것보다는 시간도 벌고 훨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현재 GATT에 제소중인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만 해도 제소에 패하면 국제관례대로 2∼3년 안에 전면 개방을 해야 하지만, 적절한 수입 자유화 계획을 우리가 먼저 세워 미국 등과 협의를 하면 문을 열더라도 조건은 훨씬 우리측에 맞도록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21일 열린 대외협력위원회에서 통상장관들이 모인 가운데 농산물 수입 자유화 문제는 대미뿐만 아니라 각 국에 걸친 다자간·국제간 문제라고 보고 개방과 함께 서둘러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설득 홍보에 나서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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