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오기자 사건」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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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콕=연합】태국의 한 저명 언론인이 군부를 비판한 기사와 관련, 백주에 테러를 당한 이른바 「태국판 오홍근 기자 사건」이 발생, 이곳 언론계에 심각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군부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써온 시사정치주간지 카오 피셋(특보)의 편집인경 기자인 「차차린·아이왓」씨가 지난 21일 오전11시25분 방콕 시내 대로변에서 정체불명의 괴한 2명으로부터 쇠몽둥이로 머리를 난타 당해 다섯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비롯됐다.
「차차린」씨는 이날 그의 사무실로 가기 위해 인근 도로변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우고 문을 잠그던 순간 변을 당했는데 그는 이 사건이 그의 군부 비판기사에 불만을 품은 자들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차차린」씨는 자신을 해친 괴한들이 지난 16일 자신을 은밀히 감시하면서 미행했던 동일 인물이었다고 주장, 이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차차린」씨는 군부의 정부정책관여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써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태국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최고 군 사령관 서리 겸 육군사령관 「차발리트·용차이유드」대장의 미얀마 방문과 관련한 기사에서 아직 세계의 어느 나라도 지난 9월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군사 정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태국군 최고사령관이 「사우·마웅」버마군 사령부 최고지도자를 공식 방문한 것은 결과적으로 태국이 미얀마군사 정부를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군부를 비판했었다.
「차차린」씨는 언론을 짓누르기 위한 이번 사건이 결코 그의 필봉을 꺾지 못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공정한 입장에서 군부의 잘못을 파헤치는 글을 계속 쓸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국군부는 사건 직후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군부가 이 사건에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테러 사실을 부인했다.
육군사령관 비서실장 「아누손·크리사나세라니」소장은 「차발리트」사령관이 도량이 넓은 군인으로서 언제나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있는 사람인테 감히 부하를 시켜 언론인을 테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기사에 불만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소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태국의 주요 신문 등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며 지금까지 군부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높여온 언론인과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수 차례나 테러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만일 「차차린」씨 피습사건에 군부가 개입됐다면 태국의 언론자유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용서치 못할 중대한 사건인 만큼 공정한 수사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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