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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더니’ 보이스피싱 몸통, 중국에서 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겠다’며 접근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몸통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태국‧필리핀의 보이스피싱 3개 조직을 적발해 이중 중국 총책 양모(31), 태국 총책 이모(37)씨를 비롯해 총 8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대출이 급한 사람들‘ 노려 ’저금리 대출‘ 미끼

180917 지수대 보이스피싱 대본. 김정연 기자

180917 지수대 보이스피싱 대본. 김정연 기자

이들은 중국의 위챗‧QQ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십만 건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범행에 사용했다. ‘고객님은 현재 정부지원 대상자로, (…) 고객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차등 적용하여 맞춤형 상담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안내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등의 안내 음성을 내보내고, 1번을 누른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전화를 거는 수법으로, 자금 대출이 절실한 취약계층을 겨냥했다.

이들은 피해자 1명당 금융기관 대리‧심사과 팀장‧자금회수팀 팀장 역할 등 최소 3명이 붙어 통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상담을 신청하는 피해자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데, 상환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다른 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이 계좌로 입금하라”며 대포 계좌를 알려줬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312명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6000만원씩 입금했다. 세 조직의 총 편취 금액은 68억원에 달한다.

‘19세 때 멋모르고’ 가담한 조직원들... 대본 못 외우면 잠도 안 재워

조직원 대부분은 25세 이하의 청년들로, “월 500만원 벌 수 있다”는 말에 꼬여 미성년자일 때 조직에 가담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거의 감금당한 채 지내며 보이스피싱 설명 대본을 못 외우면 잠도 못 자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도망치다가 붙잡힌 한 조직원은 두드려 맞고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교 졸업 후 구직하는 학생들, 제대 후 돈벌이를 찾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인 소개를 통해 조직원을 확보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포섭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올해 1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점조직 형태로 잡히지 않던 보이스피싱 범죄에 전담팀을 투입해 수사 인력을 집중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재 잡히지 않은 총책 2명을 비롯해 필리핀 조직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며, 피해 금액과 피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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