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에비타』주역 이경애씨|7년만에 재 공연…"민주투사 모든 분들께 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언젠가 꼭 다시 공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그날」은 제가 너무 나이 들어 「에바」를 못하게 되는 날이 아닐까 걱정했어요.』
극단 현대극장이 23∼2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에비타』에서 초연에 이어 주역으로 발탁된 이경애씨(33). 「사회 비판적」이란 이유로 81년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나흘간의 초연을 끝낸 이후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었던 이 작품의 「감격적인」재 공연을 두고 『모든 민주투사에게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는다.
이른바 「운동권」의 아내로 「빵」을 벌기 위해 3개월 된 산모라는 사실을 숨겨 가며 『에비타』 공개 오디션에 응모, 1백여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에바」를 따내던 26세의 그녀도 이젠 눈가에 잔주름이 한둘 보이는 30대 중반으로 변했다.
『아르헨티나여, 날 위해 울지 마오』란 노래로 유명한 뮤지컬 『에비타』는 가난한 집안의 첩실소생으로 댄서에서 영부인까지 되었던 「에바·페론」의 굴곡 진 삶을 조명한 작품.
『그 땐 정말 당돌했어요. 「에바」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누구나 「에바」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는 『그간의 세월이 「강한 에바」에서 「강하면서도 연민의정을 느끼게 하는 에바」로 연기의 폭을 넓혀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으로 『에비타』 이후 『뿌리』『올리버』『사운드 오브 뮤직』 『겹 괴기담』등 뮤지컬에 계속 출연했으며 방송쪽에도 진출, KBS-2TV 『7시 명랑열차』 MC, 어린이극 『꺼꾸리와 장다리』등에도 출연했다.
부군 배기선씨(38·평민당 기획조정실부실장)와의 사이에 8세난 딸이 있다.<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