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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노래는 행복 바이러스 … 어려운 아이들과 한 무대, 배우 채시라도 동참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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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혜원 문화나눔초콜릿 대표

신혜원 문화나눔초콜릿 대표. 웬만한 소품과 공연 의상은 자신이 직접 만든다. [김상선 기자]

신혜원 문화나눔초콜릿 대표. 웬만한 소품과 공연 의상은 자신이 직접 만든다. [김상선 기자]

방송·예술인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이끄는 ‘문화나눔초콜릿(이하 초콜릿)’의 신혜원(53) 대표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작가다. 그동안 많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다. 지금도 KBS 라디오 ‘건강365’ 등 교양 프로그램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런 그에게 가장 마음 뭉클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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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이었어요. 한부모 가족 초청 콘서트였는데, 공연이 끝나고 한 젊은 엄마가 찾아왔죠. 어눌한 말투로 ‘정말 필요할 때 쓰려고 아껴둔 것’이라며 조그만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그 안에는 곧 찢어질 것처럼 해진 1000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지갑 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접힌 부분이 닳고 닳아 살짝만 건드려도 찢어질 것 같았다. 다시 돌아봤지만 그 여성은 이미 가고 없었다. 이날 공연은 지적 장애인인 그녀가 생애 처음 본 콘서트였다. 신 대표는 “무대에서 가수들이 노래하는 걸 보고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며 “그 감동만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신 대표는 2004년부터 틈틈이 해온 ‘문화나눔’ 운동을 더욱 확대했다. 이듬해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 분야를 넓혔다. 공모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예산을 따고 수혜 대상도 늘렸다. 올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1년 동안 ‘스탠바이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및 다문화 아이들이 노래와 춤 등을 배워 공연하고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작품을 만든다.

이외에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연극·뮤지컬·오케스트라 등 공연기부와 한국어 교육까지 ‘초콜릿’이 하는 일은 이름난 대형 공익재단 못지않다. 그러나 이 곳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다. “모두 재능기부죠. 사람은 누구나 선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요. 그걸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초콜릿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초콜릿에 참여한 방송·예술인만 해도 수 백 명이 넘는다. 탤런트 채시라부터 인기 가수, 성악가, 아나운서, 성우 등 많은 이들이 그의 ‘문화나눔’에 동참했다. 마치 ‘행복의 바이러스’가 퍼지듯 그를 돕겠다는 사람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아졌다. 출연자뿐만 아니라 무료로 공연장을 빌려주는 기관, 수년째 공연의상을 지원하는 의상실 등 ‘선한 영향력’이 계속 확대됐다.

“한부모 가정과 저소득층이 가장 소외받는 곳이 공연·예술 같은 문화 분야예요. 웬만한 공연은 티켓 값만 몇 만 원씩 하기 때문에 문턱이 매우 높죠. 그런 이유에서 ‘문화나눔’이 더욱 필요합니다.” 신 대표는 “재능을 나누면 인생은 초콜릿처럼 더욱 달콤해진다”며 “삶의 달달한 행복을 많은 분들이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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