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기 연착륙 의도 한국 경제엔 단기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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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8위안'이 무너졌다. 15일 개장한 중국 상하이(上海) 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당 7.9985위안으로 마감했다.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7월 위안화 절상 조치(2.1%) 이후 처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 고시 환율을 달러당 7.9982위안으로 발표했다. 지난 주말(12일) 위안.달러 환율은 8.0062위안이었다. 사실상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유럽연합(EU)과 경제회담을 한 뒤 위안화 환율 개혁과 절상을 시사하는 선언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에 대한 통제를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 "8위안 선 붕괴는 예상"=시장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만 절상 폭을 묶어두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4월 무역수지 흑자(104억6000만 달러)가 전문가들의 전망치(72억 달러)를 크게 웃돈 점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8위안 선이 무너진 만큼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 방어선으로 달러당 7.5~7.7위안을 설정한 만큼 이를 넘어서는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과열 경기 진정시키려는 의도=중국 정부는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8%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1분기 GDP 성장률은 10.2%에 달했다. 과열 징후가 여전한 것이다. 세계은행도 올 GDP 성장률 전망치를 9.5%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국 경제의 과열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나온 조치가 지난달 28일의 금리인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연 5.58%에서 5.85%로 전격 인상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만으론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를 잡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조치가 위안화 절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면서 경기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정부에 대한 성의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미국 의회가 예상과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일정 부분 성의를 표시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액은 7258억 달러로, 이 중 4분의 1 이상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했다.

◆ 한국 경제엔 단기 악재=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 산업재를 수출하는 철강.화학.기계 등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보다 내수 부문을 육성할 경우 섬유와 자동차, 고가 소비재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더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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