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저축 손 본다 … 금감위, 투자한도 제한 등 대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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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내부감시가 미흡한 만큼 '증권저축'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금융감독위원회)

"재산권 행사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다. 직원 불법행위는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다."(증권업계)

'증권저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증시 활황으로 증권저축을 통해 불공정 거래를 하는 증권 관련 임직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저축은 일반인과 달리 위탁계좌로 직접 주식투자를 하지 못하는 증권사나 증권거래소의 임직원들이 합법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1982년에 도입됐다. 다만 증권거래법상 '월 급여의 50% 내'에서만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간 2500만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주가상승으로 고액 계좌가 늘고 증권사 직원들의 불공정 주식거래 행위가 심심찮게 적발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칼을 꺼내 들었다. 금감위 증권감독과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소속 직원들이 증권저축으로 얼마나 투자하는지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의 애널리스트 2명은 최근 '회사의 종목보고서가 공개된 뒤 24시간 안에는 관련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증권저축을 이용해 거래했다가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일부 직원들이 증권사에 계좌를 직접 개설해 주식투자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현재 41만6천여개의 증권저축 계좌 중 1억원 이상을 투자한 계좌도 총 2500여개(전체의 0.6%)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100회 이상 매매를 한 계좌도 5000여개에 달해 일부 증권저축은 단타매매에도 동원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증권저축에 대해 '1억원 이하' 등으로 투자 상한선을 정하고, 증권사가 임직원의 증권저축 계좌를 점검해 보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B증권사의 임원은 "모든 임직원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우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규제 강화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증권사의 영업부 간부는 "주식투자 의욕만 있다면 차명계좌로 투자할 수도 있는데 금액 상한선이 실효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증권연구원의 정윤모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도 증권사 직원이라고 무조건 주식투자를 못하진 않는다"며 "그러나 아무대로 시장정보를 획득할 기회가 많은 만큼 증권사 직원 등의 투자는 양성화시키되 증권사들이 직원 투자내역을 점검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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