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업계, 한·미 FTA에 '딴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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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 자동차 업계가 한국 시장의 개방 확대를 노리고 다양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대표들은 백악관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경영지원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업계 관련단체들은 외제차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대표들은 18일 부시 대통령을 만나 한국 자동차 시장의 개방에 관한 요구 사항을 전달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공식적으로는 업계 전체의 현황과 지원책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실질적으론 한국 등 특정 지역의 시장개방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요구가 앞으로 진행될 한미 FTA 협상의 자동차 분야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터넷 무역정보 매체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미국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도 한국에게서 차 시장 개방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ATPC의 찰스 유더스 부회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이 개방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인하기 전에는 한미 FTA을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빅3'의 퇴직자들의 단체인 '레벨 필드 인스티튜트'는 16일부터 외제차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이를 위한 TV광고도 내보낼 계획이다. 이 광고는 미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일본의 업체들보다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자동차 업체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57%까지 급감했지만 아직도 자동차 업종 근로자의 80%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도 현대.기아차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잭슨 목사는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소수민족 자동차 딜러 모임에 참석해 "현대.기아차 고객의 절반이 소수민족인데도 업체 간부들 가운데 소수민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비난했다.

현지 업계에선 이 발언이 시장개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외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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