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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한개라도 터지면…한국 車부품사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아차 멕시코 공장.  [사진 현대·기아차],

기아차 멕시코 공장. [사진 현대·기아차],

악재가 첩첩산중인 한국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일명 ‘트럼프 리스크’ 중 하나라도 현실화하면 산업 생태계가 더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 타결을 선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이 대표적이다. 두 나라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나프타 국가에서 생산한 자동차 부품의 비율을 상향조정(62.5%→75%)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쉽게 말해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려면 부품 4개 중에서 3개는 미국·캐나다·멕시코산 제품만 써야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 입장에선 북중미산 부품 비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완성차 제조사도 기존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부품사도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완성차가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릴수록 부품사는 그만큼 매출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2016년 9월부터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 중이다. 기아차 프라이드(현지명 리오)·K3(현지명 포르테), 현대차 엑센트(기아차가 위탁생산) 등이 멕시코에서 만들어 미국에 판매하는 차종이다. 올해 연간 예상 판매대수는 31만 대에 달한다. 이 차량을 만드는 데 기여하던 한국 기업 다수가 이번 나프타 개정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멕시코 혼다 자동차 공장. [연합뉴스]

멕시코 혼다 자동차 공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폭탄 관세’를 매기려는 방안도 잠재적 리스크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승용차 관세(2.5%)를 최고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당초 이를 8월 말까지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한국산 차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길이 막힌 한국 완성차 생태계는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임은영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나프타 합의에 따라 결국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는 미국산 부품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관세 부과 검토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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