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3만 시가 지표서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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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 참사가 발생한 아르메니아공화국 북서부지역은 폐허화 된 상태에서 시체발굴 및 인명구조작업이 진행되고있다.
공산청년동맹기관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지는 터키국경부근에 있는 레니나칸 시의 한 학교에서 군인들이 스폿라이트 불빛아래 건물 더미에 깔려 압사한 어린이 시체 50구를 발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진앙부근에 위치한 인구 5만 명의 스피타크 마을과 진앙 지에서 약50㎞ 떨어진 인구25만 명의 레니나칸 시.
수십 명의 외과의사들이 부상자 치료를 위해 레니나칸 시에 급파됐으며 8일 현재 소방관들이 불길에 싸인 시내의 호텔과 석유저장시설·섬유공장에 대한 진화작업을 펴고있다.
또한 관리들은 레니나칸 시의 통신이 완전 끊겼으며 이곳과 인근 키로바칸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도로는 탈출하려는 시민과 자동차로 붐비고 있다고 예레반 방송이 보도.
지진피해가 가장 큰 스피타크시는 종전 상주 인구가 3만 명이었으나 최근 회교도인 아제르바이잔과 기독교인 아르메니아간의 민족분규로 많은 아르메니아 인들이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피난, 5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 인명피해도 따라서 더 커졌다.
스피타크 시에는 아제르바이잔에 민족분규 진압을 위해 파견됐던 군인 6천명이 이 곳으로 증파 돼 각종 구호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소련TV는 스피타크시 참사를 방영하면서 『지표에서 인구3만의 도시가 완전히 지워졌다』고 밝혔다.
TV화면에 비친 스피타크시는 제대로 서있는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스피타크시는 9층 이상의 아파트 등 건물은 대부분 파괴됐으며 5층 정도의 아파트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단층개인주택이나 2∼3층의 구식건물들이 비교적 피해를 덜 보았다.
아르메니아 관영통신의 편집인인 「노라·밀리갼」씨는 『최악의 도시인 스피타크시의 법원·공장·학교 등 모든 시설이 파괴됐다. 이 도시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예레반의 병원은 완전히 만원이라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제2의 레니나칸 도시에서는 무너진 벽돌더미 여기저기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등 아비규환.
레니나칸시는 대부분 건물이 무너져 잔해 덩이로만 남았으며 현대식 건물 1동은 도로 쪽으로 넘어져 잔해가 부챗살처럼 퍼져있었다.
스피타크시는 물론 레니나칸시에 이르는 도로가 지진으로 갈라져 구호차량의 진입에 방해가 돼 구호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레니나칸에서 집이 지진피해를 보지 않고 원래 모습으로서 있는 경우도 있으나 주민들은 지진을 우려, 집안으로 들어가기를 꺼리고 있다.
레니나칸시의 참사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매서운 겨울추위를 견뎌내고 있다고 콤소몰스카야 지가 보도.
이 신문은 지진이 계속되는데도 어둠 속에서 모닥불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요람 속의 아기들」이 불 가까이 모인 모습으로 표현하고 여기저기서 자동차의 등불이 비치고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흐느끼고 있다고 보도.
지진현장에 나타난 「리슈코프」소련수상은 각지방공화국과 공장관리인·당 지도자들에게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현장복구에 필요한 불도저·트럭 등 중장비와 가스전문가들을 보내라고 처참한 파괴현장에서 TV에 나와 호소했다.
7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가운데 아르메니아의 라디오와 TV방송은 추모 곡을 보내고 있으며 또한 소련당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긴급조치에 나섰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의 병원에는 환자들로 가득 차 이들의 명단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들을 확인하려는 친척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TV방송들은 소련군들과 민방위요원들이 지진으로 파괴된 잔해들을 치우는 모습과 의료종사자들이 부상자들을 들것에 실어 운반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또 관영 타스통신은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레니나칸 지역의 소개 주민들을 위한 비상의무지원시설이 텐트와 비상식당 등과 함께 긴급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소련군은 현재 통신시설이 두절된 이들 지역에 대해통신시설의 복구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소련적십자사는 8일 아침 의료지원과 담요 등을 긴급 공수했으며 4백 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부상자들을 위해 긴급 헌혈을 했다고 전했다.
의료구호에 나선 소련당국은 부상자 수혈용 혈액을 소련 전역에서 수집하면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련당국은 1만2천명의 수혈이 가능한 AN-22 군 수송기를 준비하는 한편 언제든지 파견이 가능토록 1천명의 의사를 비상 대기시켰다.
아르메니아공화국을 강타한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있는 두 개의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오스트리아 빈 소재 국제원자에너지기구(IAEA) 소식통들이 8일 밝혔다.
「한스·메이어」IAEA 대변인은 소련의 핵 안전전문가 「아르민·아바기얀」교수의 말을 인용, 이번 지진의 진앙 지에서 90㎞ 떨어진 곳에 위치한 3백70메가와트급 원자로 아르메니아1과 아르메니아2가 정상 가동 중이며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원자로는 아르메니아공화국 수도 예레반시 부근에 있으며 터키국경에서 불과 수마일 떨어져있다.
한편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아르메니아공화국 내에 있는 한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그러나 이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에 대비해 건설됐기 때문에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소련의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가 인근 터키 국경지역 카르스 지방을 7일 강타, 최소한 4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의 이재민을 낸 가운데 터키당국은 8일 이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나섰다.
관리들은 인명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2백 채 이상의 가옥이 파괴되었으며 반파 된 가옥도 최소한 4백 채 이상이라고 밝혔다.
피해지역은 해발2천m의 고지로서 지진이 일어난 소련 아르메니아의 레니나칸으로부터 55㎞ 떨어진 곳으로 최근 수주일간 내린 폭설로 인해 이 지역의 많은 마을들은 고립돼있으며 기온은 영하25도로 떨어져있는 상태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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