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민주 '호남 쟁탈전'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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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표심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절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휴일인 14일 열린우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원영(사진) 의원을 당 인권위원장 직에서 면직하고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이 의원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조치는 호남표를 의식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이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평택 주한미군 기지의 군대 투입 상황을 설명하다 "광주항쟁 때는 직접적인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군이 투입된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낳았다. 이 의원은 민변 부회장을 하다 경기도 광명갑 지역구에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의 초선 의원이다. 그는 신기남 의원이 이끄는 신진보연대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개혁성향을 보여왔다.

◆ 열린우리당, 광주 총력전=열린우리당은 호남 민심을 되찾아 올 각종 호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6월 재방북 건이다. 정동영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는 몽골 발언을 수시로 거론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노력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 비리를 부각하기 위해 '특검 카드'도 꺼내들었다. 정 의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이후 당선자 전원에 대해 특검을 통해 부패한 당선자를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동영 의장이 광주를 1박2일 방문한 데 이어 5.18 기념식엔 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공천 논란을 빚었던 광주시장 후보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을 전략 공천키로 했다. 광주시장 공천 논란은 조 후보와 공천 경쟁을 벌이던 김재균 광주시당 위원장이 12일 여론조사 방식과 대상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조 전 실장의 공천을 결정한 뒤 정 의장은 직접 김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 민주 "우리가 호남 적자(嫡子)"=민주당은 15일 광주.전남, 16일 전북 선대위 발족식을 하고 17일 한화갑 대표 등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5.18 묘지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한다. 18일엔 공식 기념식을 치른 뒤 광주역 광장에서 첫 유세전을 펼친다. 유종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5.18 당시 존재하지 않은 정당이고 민주당만이 5.18의 적통자"라며 "5.18 정신에 의거해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을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4일 성명서를 내 정동영 의장의 대국민 사과와 이원영 의원의 의원직 사퇴.출당을 요구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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