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단테 안단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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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04면

그게 벌써 10년 전이었네요. 영화 ‘맘마미아’ 말입니다. 1편에서 들었던 ‘아워 라스트 섬머(Our Last Summer)’가 가슴에 꽂혀서 한동안은 그 곡만 듣고 다녔더랬죠. “난 우리의 지난 여름이 아직도 생각나 / 아직도 눈에 선해(I can still recall our last summer / I still see it all) … .”

이번 2편에서는 ‘안단테 안단테(Andante Andante)’가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왜 그렇게 뭉클하던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천천히 하라고, 이제 좀 천천히 해도 된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이 노래가 나오는 대목에서 울컥했다는 분들은 아마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007도, 킹스맨도, 이제는 머리에 백발을 얹고 ‘배둘레에는 햄이 두둑한’ 노년이 되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란 이런 거겠죠. 젊은이는 늙고, 내가 가는 만큼 우리의 아이들은 오는.

모두 모여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는 장면은 그래서 감동이고 희망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미래로 이어지니까요.

아직도 눈에 선한 우리의 지난 여름,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안단테, 안단테.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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