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받은 「외환 거래 선진국」|IMF8조국 가입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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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가 IMF 8조국이 됐다든가, 우리의 외환자유화 단계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든가 하면 무슨 뜻인지, 또는 과연 그런지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보도된 대로 지난 1일부터 해외여행을 나갈 때 한 사람당 1만달러까지는 마음대로 들고 나갈 수가 있고, 또 한번에 5천달러까지는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도 자유롭게 해외에 송금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해외 여행이나 송금을 위해 환전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또 무역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단 수입을 해온 상품의 값을 달러로 지불하는데 어떤 제한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아가 지난 1일부터는 외국의 거래상대방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달러표시가 아닌 원화표시로 거래를 틀 수가 있게 되었다는 것도 장사를 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알다시피 우리의 환율은 한가지로 매겨지고 있지 (집중기준율을 기준으로 매도율·매입율 등을 결정) 예컨데 수출을 할 때 적용하는 환율과 수입을 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 다르게 매겨지지는 않고 있다.
더도 덜도 없이 바고 그 같은 우리의 현실이 이른바 「IMF 8조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며, 달리 표현하면 「선진국 수준으로 회환 거래가 자유화」되어 있는 것이다.
「경상지급에 대한 제한의 금지」라는 IMF협정 제8조2항, 「차별적 통화조치의 금지」라는 동협정 제8조3항 등을 현실로 풀어놓으면 바로 우리의 현행 제도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우리가 IMF 8조국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한국이 적어도 외환거래에 관한한 「공인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허구한 날 수입개방 압력만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의 경상수지흑자실력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필요에 따라 적자 시절 걸어놓았던 외환거래의 「빗장」을 풀기도 하는 나라라는 것을 「경제UN」인 IMF가 인정한 이상, 우리의 자존심도 자존심이려니와 통상협상 등의 국제무대에서도 훨씬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MF 8조국으로의 이행을 생각하고 있지 않던 정부가 올해 그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이제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확실하게 정착되었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국내에 달러가 없어 다시 외환거래를 규제하는 쪽으로 후퇴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가 IMF 8조국이 됨으로 해서 나라안팎으로 새삼스레 일깨워지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농산물수입개방의무화 등이 걸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1조국으로의 이행 여부문제다.
IMF와 GATT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별개의 기구이고, 마찬가지로 IMF 8조국 이행이 GATT 11조국으로의 이행을 전제로 하거나 요구하는 바는 없다.
그러나 GATT는 매2년마다 「국제수지 연례협의」라 하여 국제수지사정을 이유로 수입에 대해 수량제한을 하고 있는 나라 (현재 우리가 속하고있는 GATT18조국)들의 국제수지사정이 과연 어려운지를 심의하고 있고, 당장 내년 상반기중에 연례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 협의회에서 GATT가 한국에 대해 IMF8조국 이행을 빌미로 GATT 11조국으로 옮겨가라는 요구를 했을 때 우리가 이를 거절하기는 매우 힘들게 되었다. 우리 스스로 국제수지사정에 자신이 있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이번에 IMF8조국으로 가지 않았다고 해도 GATT의 요구가 약화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우리스스로도 IMF 8조 국가임을 계기로 우리의 농업을 어떻게 끌고 가야하며 국제사회에서의 농산물개방요구 등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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