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치」 뒷북만 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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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한은·KD-등 통계 공신력 떨어져
정부나 각 연구기관의 경제 전망치가 틀려도 너무 틀린다.
「전망」이 「실적」 과 같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실적치와 전망치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나라살림이나 각 기업의 한해 사업계획이 갈팡질팡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나 한은·KDI (한국개발연구원)·KIET(산업연구원)를 막론하고 이들이 지난해 말에 내놓았던 올해의 전망치는 경제성장률 8∼8·7%, 경상수지흑자 60억∼71억 달러였다.
그러다가 올 상반기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는 것이 보이자 올 상반기말이나 하반기초에 새로 고쳐 잡은 전망치는 경제성장률 9·3∼10%, 경상수지흑자 85억∼90억 달러였다.
그러나 실제로 올 3·4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은 12·1%, 10월말까지의 경상수지흑자는 1백10억6천2백만 달러를 기록, 각 기관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말 잡혔던 전망치는 3∼5%였으나 지난 10월말까지 전년말비 5·4%의 상승률을 기록, 이미 전망치를 넘었다.
올 들어 경제운용의 실적이 이처럼 당초의 전망을 크게 벗어나는 주된 까닭은 표에서 보듯 수출이 당초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이달 들어 이미 5백억달러를 넘었고 상공부의 최근 예측으로는 연간 6백억달러를 다소 웃돌 것으로 잡히고 있다.
반면 수입은 신통하게도 당초예상과 거의 맞아떨어지거나 오히려 줄어들 공산이 짙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정부의 한 당국자는 『경상수지 흑자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한다는 정책 의지가 거의 실행되지 못했다는 반성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 한해 통화안정증권의 대량 발행으로 자금의 흐름이 왜곡되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환율이 예산 밖의 가파른 절상 커브를 타며,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것 등이 따지고 보면 경상수지 흑자의 예상 밖의 팽창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내년도 사업계획수립에 착수하기 시작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그룹들은 『이유야 어쨌든 정부나 각 기관의 경제전망이 어느 정도의 공신력이 있어야 환율이나 수출입규모 등 주요변수의 예상을 제대로 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다』고 신중한 경제전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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