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배럴 유전 공동 개발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안성식 기자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연안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체결된 7개의 협정, 각서 중 하이라이트는 추정 매장량 20억 배럴 규모인 이남(Inam) 유전광구의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다. 이남 광구 개발에 석유공사가 참여할 지분 매입 협상권을 한국이 독점적으로 갖는다는 내용이다. 이 중 50%의 지분은 석유 메이저사인 BP와 셸(Shell)이 갖고 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매장량 중 최대 20%(4억 배럴)지분 확보가 목표"라며 "자원을 수입하지 못했던 아제르바이잔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연 석유 사용량은 8억5000만 배럴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원유 매장량은 70억 배럴이다. 그러나 한국 대사관은 없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우리 대통령이 상주 대사관이 없는 나라를 찾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올 3월 나이지리아를 찾아 2개 해상 유전(12억 배럴)의 개발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본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한 달 뒤 나이지리아를 찾아 40억 달러의 SOC 투자를 약속하며 4개 유전 지분을 가져갔다. 중국은 8537억 달러(3월 기준)의 세계 최고 외환보유액을 풀면서 전 세계 에너지를 사재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하나 없는 바쿠에 일본은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한국이 에너지 확보전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국면이다. 반 장관은 "환란 위기로 거액이 드는 해외 유전 개발을 주저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외교의 공터에 늦게 왔지만 아무리 늦어도 더 늦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이번 몽골.아제르바이잔.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 순방 전까지 노 대통령이 찾은 27개국 중 14개국은 에너지를 얻으러 갔다. 그 결과 한국의 3.8년 사용분인 30억 배럴의 유전(33개 광구) 개발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산자부는 추산했다. 철광석은 16년분인 7억t, 미래 에너지인 우라늄은 2.8년분인 1만1100t이 확보됐다. 이 같은 에너지의 '자주개발률'이 1990년대 1%에서 지난해 말 4.1%로 올라갔으나 일본은 이미 14%를 넘어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제르바이잔 상주 대사관 설치와 함께 인프라.IT.건설 분야에 한국 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쿠=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