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화값|신기록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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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나라의 그림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해 말들이 많지만 세계적 거장들의 유작에 매겨지는 값에 비하면 아직은 그림값이라고 할 것도 없다. 우리 작품이 국제경매장에 얼굴을 내밀 처지가 못된다는 사실은 접어두고라도 비싸야 호당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수준 가지고는 그들과의 비교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화랑 주최의 그림경매전 때 경락된 세기적 거장들의 그림값을 헤아려보면 이말에 실감이 간다. 「괴츠」가의 소장작품 28점이 매물로 나온 이날의 경매에서는 「피카소」가 자신의 청색시대에 해당하는 1901년에 그렸다는 『모성』이란 그림이 무려 2천4백80만달러(한화1백70억원)에 팔렸다.
이는 20세기작품에 붙여진 값으로는 최고가의 기록이며「반·고흐」의 두 작품에 이어지는 사상 세번째로 높은 그림값이 된다.
「괴츠」부부가 40년전에 구입, 캘리포니아 홈비힐즈의 자택 응접실에 걸어놓았던 「피카소」의 이 그림은 한 어머니가 어린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한손으로 그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
소장자인 「에디스·괴츠」여사는 69년 남편인 「윌리엄」과 사별하고 혼자 살다가 지난 6월 신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괴츠」가에서 내놓은 28점의 그림은 경매에 부쳐지자마자 1시간도 안돼 모두 팔렸는데 그림값의 총액은 8천5백만달러(6백억원)였다. 이 액수는 「윈저」공가 보석경매 때의 5천만달러(3백50억원)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개인소장의 경매액으로는 사상 최고기록이다.
이날 경매에 나서 작품구입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라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일체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들 스스로 경매장에 발은 들여놓지도 않았다. 「피카소」의 그림을 산 장본인은 라틴아메리카인으로 크리스티 런던지부의 「제임스·라운델」을 통해 전화로 응찰, 그림을 손에 넣었다. 경락자 가운데 유일하게 신원을 드러낸 사람은 부동산업자인 「아놀드·구모비츠」. 그는 인상파화가 「시슬레」의 1885년작 『상트마메강둑』을 3백63만달러에 샀는데 역시 「시슬레」의 작품값으로는 사상 최고가였다.
그밖에 「보나르」의 1925년작 『식사 후』가 7백48만달러, 「앙리·팡탱-라투르」의 1879년작 『꽃이 있는 정물』이 3백8만달러, 「뷔야르」의 1900년작 『어머니와 아이』가 1백54만달러, 「수티느」의 1926년작 『급사』가 71만5천달러, 「마리·로랑생」의 『카미유를 위한 삽화』가 1백10만달러에 팔림으로써 해당작가들의 작품값으로는 각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번 「괴츠」가 소장작품경매에는 일본인들의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다는게 크리스티관계자들의 얘기.
성공은 못했지만 「르누아·르」의 한 작품에 일본인 여러명이 달려들어 경합을 벌였는가 하면, 화제가 된 「피카소」의 『모성』 에는 동경의 화상 「가메야마·시게키」가 응찰, 마지막에서 아깝게 물러서는 등 세계그림시장지배의 잠재력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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