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제압 조9단 결승진출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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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1회 응씨배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전(주최=응창기위기 교육기금회, 주관=중앙일보사·한국기원·대만민생일보) 제1국에서 한국의 조훈현 9단이 대만의 「린·하이펑」(임해봉) 9단을 불계로, 중국의 「니에·웨이핑」(호위평) 9단이 일본의 「후지사와·슈코」(등택수항) 9단을 1집차로 이겨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3번 승부에서는 첫판이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크다. 첫 판에서 이기면 기선을 제압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곧바로 막판에 몰아넣게 되기 때문이다. 첫판의 승자가 결승에 진출할 확률은 75%. 따라서 조훈현 9단과 「니에·웨이핑」 9단이 결승에 진출할 것이 기대된다.
제1국이 벌어진 20일 롯데호텔 검토실에는 「우·칭웬」(오청원) 9단, 조남철 9단·금인 9 단, 윤기현 9단, 서봉수 9단, 「화·이강」(화이강) 9단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고단자들이 열띤 연구분석을 하고있는 가운데 세계 여류일인자이며 「니에·웨이핑」 9단의 부인인 「공·샹밈」(공상명) 8단이 남편의 불리한 판세가 오래 지속되자 안타까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보해설>
백24가 서9단 최소의 실착. 이수로는 그냥 46으로 두었어야 했다. 조9단은 흑으로 하여금 30의 곳에 뛰게한 다음 46으로 두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것은 과욕이었다. 임9단의 의표를 찌른 흑25의 역습이 통렬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킨 인상이다.
백30도 평소의 조9단답지 않은 큰 실수. 33의 곳에 몰고 흑이 이을 때 백30으로 막아야만 했다. 흑31, 33, 35를 당해서는 여간 괴롭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임9단도 갑자기 난조를 보이기 시작, 금세 백이 필승지세를 노래하게 된다. 워낙 큰 승부여서 두 대국자가 긴장한 탓일까.
흑37 등으로는 34의 오른쪽에 붙여 좌측 백을 공략하는 것이 옳았다. 임9단은 흑53으로 만족하는 눈치였으나 그것은 속단이었다. 바로 여기서 조9단의 카운터블로 백54, 56이 작렬한 것이다. 알토란같은 흑넉점 요석이 떨어져서는 졸지에 형세 역전이다.
빈삼각의 묘수인 백54는 오청원 9단도 탄복한 귀수였다. 이하 백74까지는 조9단의 독무대. 흑의 좌변이 유전벽해가 되어서는 오9단의 표현대로 어떻게 두어도 백이 이기는 바둑이다.
그러나 조9단은 부자몸조심을 하지 않았다. 우변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백90, 94, 98 등으로 2단제침까지 하면서 강경일변도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초읽기에 몰린 임9단이 필사적으로 강수를 던져왔고 조9단도 강하게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이장면에서 조9단이 승부를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승부사들은 결정적으로 우세한 상황일 때 한시 빨리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기 위해 서두르다 역전당하는 수가 있다.
조9단이 강경일변도로 나오자 이점을 우려했으나 서9단은 빈틈이 없었다.
백116은 그냥 118로 끼워야 더욱 알기 쉬웠다. 이 때문에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이후로 임9단은 흑 189까지로 중앙 백3점을 끊는 등 승부수를 걸어왔다. 대마의 삶을 확인하지 않은 채 패로 승부를 걸어와 한수 한수가 긴박하게 두어졌으나 조9단은 패착을 두지 않았다.
강수에 강수가 맞부딪쳐 좌상귀에서 난타전이 벌어졌으나 조9단은 「잡은 고기」를 놓치지 않았다.
한편 종택수행 9단은 포석에서 성공, 줄곧 판세를 리드했으나 방심한 나머지 종반의 고비에서 중앙을 소홀히 한 것이 패인이 되어 한집차(반면 9집)로 분패했다. <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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