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판세 한 달째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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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학습효과'도 지지율 고착과 관계 있는 듯하다. 과거 선거 같으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 만했을 이슈가 이번엔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이나 박계동 의원의 성 관련 스캔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돈 관련 비리문제가 그런 경우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런 종류의 일 때문에 당 지지를 바꿨다가 두 번 연속 집권에 실패했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가고 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잘못된' 폭로 역시 이슈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왔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해 '경악할 만한 사안'이라며 폭로전을 벌였으나 별것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쟁점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이전보다 더 냉랭해지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부자 몸조심 작전'도 판세 고착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오세훈 후보를 비롯해 한나라당이 앞서고 있는 지역의 후보들은 한결같이 경쟁자 쪽에서 제기하는 쟁점들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손바닥을 마주쳐 주지 않으니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새 특징으로 자리 잡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분위기도 감성이나 이미지에 의한 선거판의 출렁거림을 억제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전략에 관한 한 한나라당에 우월감을 갖고 있는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이번 선거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푸념이 나온다.

선거전략가들은 그러나 선거 때까지 남은 20일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라고 본다. 사소한 사건이 발전해 판을 흔들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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