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럽 인터밀란 구단주가 중국인이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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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MVP, 세계적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의 인터밀란(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이적설이 돌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드리치의 인터밀란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중국 유통기업 쑤닝(苏宁)의 '황태자' 장캉양(张康阳 스티븐 장)이다.

쑤닝 그룹은 2016년 인터밀란 지분 70%를 인수했다. 중국 장쑤 쑤닝 구단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소후닷컴]

쑤닝 그룹은 2016년 인터밀란 지분 70%를 인수했다. 중국 장쑤 쑤닝 구단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소후닷컴]

8월 4일,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델라세라(Corriere della Sera)는 “쑤닝이 모드리치 영입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며, “인터밀란 장캉양 이사가 크로아티아 10번 선수(모드리치를 가리킴)를 데려올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캉양 [사진 터우탸오]

장캉양 [사진 터우탸오]

장캉양은 중국의 쑤닝그룹 장진둥(张近东) 회장의 아들이다. 쑤닝은 중국 대표 유통업체로 현재 시가총액이 1300억 위안 안팎 수준이며, 장진둥 회장의 몸값은 930억 위안(약 15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 월드컵 MVP 모드리치 인터밀란 영입의 배후 #중국 유통기업 쑤닝의 황태자 장캉양

**쑤닝그룹: 1990년 양판점(대형 소매점)으로 출발한 쑤닝은 가전제품, 일용품, 도서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다. 중국 각지 오프라인 매장을 강점으로 활용한 체험형 O2O(온-오프라인 결합)쇼핑몰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푸얼다이(富二代): 재벌 2세’

중국의 재벌2세라고 하면 흔히들 완다(万达)그룹 왕젠린 회장의 아들 왕쓰총(王思聪)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왕쓰총은 사업, 투자, 사생활을 막론하고 대외적인 활동이 활발하다. 이에 반해 쑤닝의 장캉양은 좀처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베일에 싸인 황태자’였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이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대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쑤닝이 세계적인 축구클럽 인터밀란을 인수하면서부터다. 특히 2017년 미국 CNBC와의 인터뷰는 그가 대중에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장캉양은 인터밀란의 이사로서 인터뷰에 응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대답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거의 없던 장캉양은, 이 일을 계기로 중국에서 ‘훈남 재벌 2세’의 대명사로 등극한다.

장캉양 [사진 바이두바이커]

장캉양 [사진 바이두바이커]

중국 네티즌들은 일반적인 ‘푸얼다이’와 달리 스마트한 두뇌와 겸손한 태도를 모두 갖춘 장캉양의 면모를 높이 산다.

"훈훈한 외모에 머리도 좋고 겸손함까지"
"아직 20대라니...다 가졌네"
"훌륭한 재벌2세의 본보기"

와튼 스쿨 [사진 바이두 바이커]

와튼 스쿨 [사진 바이두 바이커]

1991년생 장캉양은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졸업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동문이다. 1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전통 명문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에서 공부했다. 학창시절 이공계 재능이 남달랐다고. ‘미국 로봇 대회’ 전국 2등을 수상했고, 고교 명예 졸업생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쑤닝이 축구클럽 인터밀란을 인수한 후, 쑤닝 글로벌 사업 확장을 맡고 있던 장캉양은 인터밀란의 이사가 된다. 당시 이탈리아 스포츠 매체는 장캉양을 이렇게 형용했다.

“장진둥의 25세 아들은 실제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사람들이 모두들 좋아하는 호감형 젊은이다. 쑤닝은 가족 중 누군가가 인터밀란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이제 모든 것은 장캉양에게 달렸다”

장캉양(좌)과 장진둥(우) [사진 아이롄즈자]

장캉양(좌)과 장진둥(우) [사진 아이롄즈자]

쑤닝은 인터밀란 인수 당시 "쑤닝의 글로벌 마케팅을 확대하고 전통 축구 명가 인터밀란을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 꿈을 실현하기란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제 19차 당 대회' 이후 중국 자본의 해외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쑤닝은 구단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팬들의 비판에 부딪혔다. 급기야는 올해 초 쑤닝이 인터밀란 경영을 포기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 장캉양과 인터밀란에게는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절실했다.

2018년 5월 21일, 인터밀란은 6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장캉양은 경기장 한켠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과거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인터밀란은 반드시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던 그가 마침내 자신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장캉양의 SNS에는 구단 관련 글과 사진이 주를 이룬다. '재벌2세'의 과시 흔적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밀란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감격한 장캉양 [사진 펑파이신원]

인터밀란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감격한 장캉양 [사진 펑파이신원]

장캉양은 인터밀란 이사 선임 후 이탈리아 현지에 집을 얻어 매일 같이 경기장 혹은 인터밀란 본사를 찾았다고 한다. 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지만, 팀의 구성 문제 만큼은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팀에게 일임하고 있다.

구단 관련 글로 채워진 장캉양의 SNS [사진 펑파이신원]

구단 관련 글로 채워진 장캉양의 SNS [사진 펑파이신원]

중국 매체들은 “왕쓰총이 게임에 몰두하고 스캔들을 뿌리고 다닐 때, 장캉양은 인터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었다”며, “장캉양은 일반적인 재벌2세와는 차별화된 ‘훌륭한 푸얼다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8월 4일 이탈리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인터밀란이 모드리치에 2022년까지 4년 계약에 연봉은 레알 마드리드와 동급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밀란이 모드리치를 영입할 경우 총 지출액은 약 1억6000만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드리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려는 인터밀란, 장캉양은 명가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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