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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소심해서…" 불법촬영한 남성들의 '황당한' 법률상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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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몰래카메라(몰카)를 찍었던 이유에 대해 뭐라 말할까? 이들이 변호사에게 무료 법률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는 법률상담 플랫폼 상담사례에서 공개하고 있는 글들을 살펴봤다. "술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부터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어서 그렇다"까지, 해명은 다양했다.

1. "술 취해 제정신 아니라서"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A씨는 술집 공용 화장실에서 옆 칸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술을 많이 먹고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는데 옆 칸에 인기척을 느꼈다는 그는 "누군지 궁금하고 제정신이 아니라 촬영을 했다"고 했다.

A씨는 칸 위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피해자의 다리와 얼굴이 나오는 46초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사건 당일 2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그가 변호사에게 궁금했던 것은 두 가지다. "재판을 받게 될 것이냐"와 "재판을 받게 되면 어떤 형벌을 선고받을까"였다.

A씨는 "피해자는 같은 동네 사는 사람이다. 밖을 나갈 수도 없다. 집에 혼자 있으면 누가 찾아올까 봐 무섭다"며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는데 (경찰이) 전에 찍었던 지하철 몰카 영상도 봤고, 직접 찍은 것은 아니지만 저장해둔 동영상들도 있었다. 이것들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겠느냐"고 했다.

2. "성격이 소심해서"

[중앙포토]

[중앙포토]

B씨는 길거리에서 여성들의 뒷모습을 짧게 짧게 찍다가 피해자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자술서도 작성했고 초범인데 형량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는 몰카를 찍은 이유에 대해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고, 성격이 전부터 워낙 소심해 여자 앞에선 눈도 못 마주치고 말도 못한다"며 "혼자 위안 삼으려고 잘못된 쪽으로 해소를 했다"고 말했다.

B씨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삭제한 영상·사진들이 복원될 것"이라면서 "심하진 않지만 휴대전화에 회사 여직원 두 명을 찍은 게 몇 개 있다. 회사에 알려지면 큰일 나는데 회사에 알려지는지도 궁금하다"고도 했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2011년 1월∼2016년 4월 서울 지역 관할 법원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사건 1심 판결문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1109건으로 72.0%에 달했고, 집행유예가 226건으로 14.7%로 두 번째였다. 선고유예가 7.5%(115건)로 뒤를 이었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5.3%(82건)에 불과했다. 무죄(일부 무죄 포함)는 0.6%(9건)로 집계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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