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아빠 효자아들 소방관 영면에 들어가다

중앙일보

입력

김포 신곡수중보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숨진 두 명의 소방관들의 영결식이 16일 오전 김포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 장으로 엄수됐다. 임명수 기자

김포 신곡수중보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숨진 두 명의 소방관들의 영결식이 16일 오전 김포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 장으로 엄수됐다. 임명수 기자

한강 하류에서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보트 전복으로 순직한 김포소방서 소속 오동진(37) 소방위와 심문규(37) 소방장의 영결식이 16일 김포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유족과 김포소방서 동료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장내는 숙연했다. 영결식장에 대기하던 유족들은 두 소방관의 영정사진과 운구가 들어서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의 소중한 친구 동진아, 문규야 사랑한다.”

조사을 읽은 손석중 소방교는 두 소방대원의 이름을 부르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동기가 한 곳에 모여 근무하는 게 쉽지 않은 데 너무나 행복했다”며 “너희가 예전처럼 수난구조대 문을 열고 들어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다른 출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김포소방서 동료들이 헌화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김포소방서 동료들이 헌화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장의위원장인 이재명 도지사도 울었다. 이 지사는 “귀한 아들, 하나뿐인 형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의 슬픔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남긴 채 먼 길을 떠난 새내기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했다.

이어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지사가 가진 모든 권한을 활용해 현장 소방인력을 단계적으로 충원하고 안전 장비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심문규 소방장의 부인이 쌍둥이 아들 중 한명을 안고 남편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심문규 소방장의 부인이 쌍둥이 아들 중 한명을 안고 남편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영결식장은 헌화가 이뤄지면서 또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쌍둥이 중 한명을 안은 심 소방교의 부인이 아이와 함께 헌화하면서다.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 추서

경기도는 구조 출동 중 순직한 이들을 1계급 특진시켰다. 행정안전부는 이들에게 옥조근정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김부겸 장관이 전달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오 소방위과 심 소방장을 태운 운구차는 세종시 은하수 공원화장장으로 향했다. 정복을 입은 동료들은 운구차 양옆으로 도열,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들의 유해는 국립현충원에 안장, 영면에 들어간다.

 지난1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수중보 인근 강가에서 전복된 소방구조대 보트가 인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수중보 인근 강가에서 전복된 소방구조대 보트가 인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소방위와 심 소방장은 지난 12일 오후 “민간보트가 신곡수중보 인근에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수난구조대 보트가 전복되면서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수중보의 물살이 거세 보트가 뒤집힌 것으로 봤다. 이들은 다음날인 13일 오후 한강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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