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대로 투영…경찰자문 얻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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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5일 끝난 MBC--TV 8부작 미니시리즈『우리읍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5공화국시절의 각종 비리와 부정, 물고문과 시위진압으로 상징되는 공권력에 의한 폭력, 주민들의 집단적 저항이 대중매체인 TV화면을 통해 쉴새없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히 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올해 29세이며 두살난 아들을 두고 있는 송지나씨.
82년 이대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추적 60분』『인간시대』등의 다큐멘터리를 쓰다가 85년부터 드라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M-TV 김종학PD와 함께『퇴역전선』『선생님 선생님』『인간시장』등의 화제작을 선보여 왔다.
『극중 인물은 모두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각종 관권·금권·유혹·모략에 의해 그들의 삶은 파괴되고 말지요.』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평소의 2배인 4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됐지만 그래도 준비가 부족했다고 실토한다.
『일선 경찰관·변호사등의 자문을 얻었고 형사소송법·경찰관계법을 공부해야 했읍니다. 또 수년간의 신문을 뒤지며 주요사건을 정리했지요. 』
현실의 부조리를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각기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신의 할일을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러한 그녀의 현실인식은 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된다. 이 작품에서는 개개인물의 성격과 능력이 마치 만화의 등장인물처럼 과장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녀의 드라마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된다. 분명히 사회의 구조적인 갈등을 다루면서도 사회성과 역사성이 무시되는 경우 그것은 대중들의 통속적인 흥미에 영합하는 고도의 상업주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이 가진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교조적인 방식에 의해서는 현실문제가 결코 타결될 수 없지요.』
한 집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끊임없이 개별적인 차원으로 격하시키고있다는 공격에 대한 그녀의 반론이다.
『솔직이 말해 소재를 표피적으로 다루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그렇지만 그녀는 이런 유의 드라마가 일반화되면 언젠가는 보다 경험많고 역량있는 작가가 현실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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