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문제」해결 막바지서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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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전대통령 문제해결을 위한 여권의 노력이 마지막 순간에 결렬됐다.
청와대측이 16일 아침으로 계획했던 노-전회동이 이뤄지지 못했을뿐 아니라 친·인척수사 구속등으로 악화된 양측간의 감정적 거리가 메워지는 기색은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전씨 문제처리에서 가장 난관이 되고있는 핵심적인 두가지문제는 재산헌납과 낙향문제.
그동안 연희동측의 장세동·안현태씨등과 교섭했던 민정당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헌납-낙향」의 줄거리에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연희동측은 『완전한 의견접근이 이뤄진바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특히 「낙향」이란 표현에 대해 연희동측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배경에는 최근 전씨 일문의 잇단 구속에 이어 이창석씨까지 구속되게된데 대한 연희동측의 원망과 그 주변의 반발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눈치다.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두가지 쟁점에 대한 양쪽 시각을 분석해보면-.
◇재산헌납=청와대측은 일단「전씨가 가진 모든 재산」을 헌납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민정당측은 『현재 야당측이 전씨의 정치자금축재가 수천억, 심지어 수조에 이른다고 주장하는판에 구체적인 헌납규모를 밝히지 않고 모든 재산을 조사해보자는 정도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씨가 퇴임할때는 국가 원로자문회의를 운영해 나갈 생각이었고 따라서 그것을 위해 「남겨둔」정치자금잉여분과 83년 등록한 연희동집·강남쪽의 땅등 모두가 포함돼야한다』는 주장.
민정당측은 정치자금 잉여분등 모두를 포함하면 「1백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있고 중재역을 맡았던 이원조의원을 통해 「1백억원」의 헌납을 요청했다가 호통을 들었다.
사실 전씨의 재산이 실제로 얼마나 되느냐는 모든 이에게 궁금한 문제였는데 한 소식통은 『여권도 전씨의 부동산만 파악하고 있을뿐 동산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라고 소개.
연희동측은 재산문제에 대한 『범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연일 가슴을 치고있다』고 밝히고있다.
▲지난 8년간 민정당에 2천4백억원을 지원했고 ▲그밖에 새마을성금등 각종성금 2천여억 ▲선거자금등 1천여억등 5천억∼6천억이라는 소문에다가 야당측은 아예 수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때문.
연희동측은 시중에서 나돌고있는 그같은 엄청난 돈은 갖고있지 않을뿐 아니라 이 문제를 잘못 다뤘다가는 오히려 국민들을 자극시키게 되고 자칫 이문제가 다른 모든 것을 덮어 버린채 「깽판」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민정당측에서도 기백억원을 내놓으라고 연희동측을 설득하고 있으나 연희동측은 『재산규모를 밝히라는 것은 사태를 모르는 바보짓』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연희동측은 『실상은 재산이 많은데 적게 밝힐때 민정당과의 협의가 필요한 것이지 실상이 적은데 더 많이 있다고 밝히라는 것은 협상의 성립조건이 안된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는 여야공동조사위가 진상을 파헤치라고 요구할 계획.
그러나 연희동에 전달된 분위기로는 민정당도 공동조사위구성에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있고 특히 야당은 말려들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이방법 또한 성사가능성이 희박해지고있다고 판단하고있다.
그렇다고 재산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민정당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측을 설득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낙향=민정당이나 정부측은 전씨가 어떤 형대로든 『서울을 떠나야』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씨가 연희동에 남아있으면 여론에 대해 『버틴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민여론이 진정될때까지 잠시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
당정측은 전씨를 자극하지않기 위해 낙향대신 「탈서울」이란 표현을 동원해 끈질긴 설득 끝에 측근 일부에서는 동의를 했다는 것.
그러나 막상 전씨가 어디로가 머무르느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한 관계자는 『지금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경기도등 서울인근이 될 수도 있고 경상도쯤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
또 다른 관계자는 1년쯤 제주도나 설악산, 그리고 대구주변 고향등을 다니며 좀 휴식도 취하다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기도했다.
청와대나 민정당쪽의 분위기와는 달리 연희동의 낙향문제에 대한 태도는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단호한 자세다.
특히 전씨 자신이 『망명과 낙향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측근들에게 수차에 걸쳐 확언을 함으로써 아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입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특히 낙향이란 것이 국민들에게 자칫 귀향살이를 하러 쫓겨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자존심의 문제까지 결부되어 민정당쪽에서 낙향운운하는 것을 몹시 불쾌해 하고있다.
연희동측근들도 낙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 아니라 서울을 떠날 경우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호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 더우기 최근 합천생가가 학생들의 방화로 불타버리는 상황을 볼때 현실적으로 가 있을 곳이 없다는 것.
따라서 연희동측은 이런 입장을 내세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측이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아예 사전 봉쇄한다는 계획아래 요로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있다.
측근들은 고향인 합천에 변변한 집이 없고 더우기 고향으로 간다고 새집을 짓다가는 오히려 욕을 먹을 것이고, 민정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서울이외의 다른 곳에 대해서는 『어디 전씨가 「금삿갓」이냐』며 흥분해 하고있다.
따라서 연희동측은 노대통령이 무어라 제의하든간에 연희동사수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있을수도 없다고 밝히고있다. <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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