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상화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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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부실의 늪에 깊숙이 빠져있는 대우조선이 어떤 형식이든 성의있는 자구노력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기업이 중대한 고비에 있는만큼 이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부실기업에 관한 정부의 개입은 워낙 중대하고 국민들의 이해관계에도 직결되는 만큼 그냥 구경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 대우조선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그만한 선택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아도 5공화국때의 부실기업의 부실정리문제로 시끄러운 판에 또다시 정부에서 부실기업문제에 과연 끼어들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는 국내 굴지의 조선회사가 쓰러지는 것을 손놓고 보고만 있기란 더더욱 괴로운 일일 것이다.
대우조선은 부채가 1조8백억원에 이르고 하루 이자만도 4억원씩 갚아나가야 되는데, 매달려 있는 종업원이 1만4천여명이나 된다.
이 맘모스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손을 써도 문제고 안써도 문제여서 어느 길을 택하든간에 정부의 행보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기업주가 경영포기라는 배수진을 치고 호소하는 한편 근로자들도 회사부터 살려놓고 보자고 발벗고 나서 정부에서도 뒤늦게나마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관계부처간에 대우조선의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으나 정부 내부에서 원칙적인 문제는 의견이 일치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지원책을 마련하든지간에 공개적인 토의를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정부에서 당연히 할 일이고 그렇게 안할 수 없게 되어있으나 5공화국때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이같은 정부의 기본방침을 평가하면서도 6공화국들어 처음 정부에서 개입하는 부실기업문제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격으로 몇가지 재강조할점이 있다.
첫째, 지원방식은 공개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절차를 꼭 밟아야 한다. 과거 부실기업정리후 국민의 심판을 받게된 것은 그런 절차없이 무원칙한 정리가 밀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부실기업 정리에는 으레 특혜의 꼬리표가 붙고 의혹의 눈길이 따라 다녔다.
대우조선 지원책과 관련하여 공개토의도 고려중이고 종국에는 국무회의 아니면 국회통과까지 생각하고 있는 듯 한데 공개토의와 국회는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실기업정리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되므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노력이 긴요하다.
둘째로, 이번 대우조선 케이스를 계기로 부실기업지원의 원칙에 관한 윤곽이 잡혀야 한다.
문제의 기업이 대우조선외에 더 있을 수 있으며 당장 몇몇 기업은 대우조선문제처리의 귀추를 지켜보고 있다. 새정부들어 첫 케이스의 처리결과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물론 부실기업문제는 업종에 따라 혹은 개별기업 사정에 따라 처리내용이 각양각색일 수 있으나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 정부에서 나서 지원할 것이며, 지원 내용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관해 대강의 원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형평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셋째, 문제기업의 회생가능성에대한 재확인이다. 정부는 조선경기전망을 밝게 보고 이 고비만 넘기면 국내 조선업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부실기업정리에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더라도 정부에서 이점 판단을 잘못하게 되면 부실을 더 키우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실의 1차적 책임이 있는 회사측에서 최대의 자구노력을 하고, 부실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확신이 서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절차를 밟는 세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지원노력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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