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北' 송두율 교수 "22일께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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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교수가 37년 만에 귀국길에 오른다. 宋교수는 17일 베를린에서 "국내 학술강연과 행사 참여를 위해 22일께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공안당국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입국이 사실상 봉쇄된 그는 "귀국에 따른 법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귀국조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언질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宋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2003 해외민주인사 초청 한마당(9월 22~27일)'과 '한국철학자대회2003(10월 10~12일)에 참가할 예정이다.

또 서울대.성공회대.전남대에서 강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학계.종교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 예정이어서 宋교수와 대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측은 "宋교수의 귀국 여부는 본인의 자유 의사에 달린 문제"라면서도 "입국할 경우 과거 행위에 대한 조사는 당연하며 결과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宋교수의 귀향을 추진하는 이지훈(제주참여환경연대)대표는 "宋교수가 어젯밤(16일) e-메일을 보내와 22일 귀국해 30일 학술회의에 참석한 뒤 고향(제주)으로 내려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은 宋교수와의 일문일답.

-귀국에 따른 문제점은 없나.

"지난 3년간의 재판에서 내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황장엽씨의 주장이 증거가 없다고 판결한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또 문제 제기를 하며 방해할 수도 있어 현재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현 정부를 어떻게 보나.

"내 귀국에 호의적이고 협조할 뜻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수석 등이 대통령과 구수회의를 갖는 등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만일 공안당국이 또다시 준법서약서와 같은 조건을 단다면.

"준법서약서는 그동안의 내 인생을 회개하라는 요구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동의할 학자가 누가 있겠는가. 이번에 귀국이 무산되면 더는 귀국 시도를 하지 않겠다. "

-귀국 준비는.

"'탈민족시대의 민족담론' 등 발표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귀국 시에는 자문을 위해 변호사를 대동할 생각이다.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귀국에 따른 협조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독일대사관 측이 공항 영접을 나오겠다는 제안도 검토하고 있다. "

-만일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할 경우는.

"한국 정부가 귀국을 막을 명분이 없다. 1993년 이후 독일 국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조사에 나서 처벌도 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다면 귀국이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공안당국은 내심 내가 귀국 비행기를 타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다. "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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