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에 소주 권하며 "민주화" 약속-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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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골프 정상회담」가져>
인도네시아 방문 3일 째를 맞은 노태우 대통령은 11일 「영웅묘지」를 참배, 헌화한데 이어 낮에는 이 곳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초청 오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이어 「수하르토」대통령과 골프를 함께 치면서 「골프 정상회담」을 갖는 등 분주한 일정을 계속.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도 이 날 신체 부자유 아동들이 수용돼 있는 아동 복지원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교민 가정도 방문해 이들을 격려.

<자존심과 긍지 갖기를>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0일 오후 숙소인 만다린 오리엔틀 호텔로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대표 3백여 명을 초청, 다과를 함께 드는 자리에서 날로 격상되고 있는 우리의 국제적 위치를 설명해주며 민족적 자존심과 긍지를 갖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다 해줄 것을 당부.
노 대통령은 『세계는 우리를 가리켜 정치적 기적, 경제 기적, 올림픽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일컫고 있으나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나라 안팎에서 피 땀 흘려 쌓아올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
노 대통령은 『내 임기 중 반드시 민주주의를 토착화시키고 말겠다』고 다짐,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노 대통령은 이 날 「수하르토」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져 다과회장에 10분 늦게 도착했는데 직접 소주병을 들고 각 테이블을 돌며 교민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환담.

<수하르토 방한을 수락>
노태우 대통령과 「수하르토」인도네시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마르네카 궁 2층 대통령 서재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2시간 10분 동안이나 단독 대좌로 진행.
우리 측 노창희 의전수석과 인니 측 통역관만 배석시킨 가운데 양국 정상은 회담 머리에서 자신들의 통치 철학을 주고받으면서 회담을 시작.
특히 「수하르토」대통령은 『국가의 통치는 첫째 국가안전, 둘째 경제개발, 세째 부의 균형분배』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설명.
회담 말미에 노 대통령이 「수하르토」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초청하자 「수하르토」대통령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꼭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다』고 흔쾌히 수락. 「수하르토」 대통령은 또 『우리는 한국의 개발 경험을 본받고 한국의 발전 모델을 우리에게 적용시키고 싶다』면서 『한국의 발전은 곧 우리의 자랑이고 보람』이라고 피력.

<한국 부인회원과 다과>
노태우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10일 오후 숙소인 영빈관 5층 인도네시아 살롱에서 서울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이자 인도네시아 스포츠 스타인 「릴리스·한나아니」, 「누르리·트리아노·사르만」, 「쿠스마·와르드한니」 등 선수들을 접견.
김 여사는 이어 한국 학교 옆에 있는 한국회관에서 재 인도네시아 한국 부인회원 50여 명과 다과를 함께 하며 환담. <자카르타=전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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