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열풍 정국의 초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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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5공 특위의 일해 청문회를 스타트로 국회의 각 특위와 상임위의 청문회 활동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다.
청문회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 시도되는 일해 청문회는 3, 7일 이틀간 열리게 돼있고, 언론통폐합을 다룰 문공위 청문회가 21일부터 3일간 예정돼있고 그밖에 야당 측은 내무위에서 김근태 고문사건 청문회, 재무위에서 부실기업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 올림픽이후로 연기됐던 광주특위·양대 선거부정특위·법령개선특위들도 곧 회의를 열 방침이어서 「특위와 청문회의 정국」이 바야흐로 정치기류를 휩쓸 전망이다.
이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일해 청문회와 언론통폐합 청문회다.
이 두 청문회에는 5공 출범 당시와 그 이후의 주도세력 등이 거의 등장하고 있어 「5공」자체를 「심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계기로 전두환 전대통령 문제의 처리방향, 이를 둘러싼 여권내의 이른바 단절파(노파)와 승계파(전파) 간의 「대결」도 노골화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일해 청문회는 일해재단이 전두환 전대통령이 관련된 5공 비리의 상징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정국전개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씨 문제의 처리방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특히 학생운동권의 연희동 사저 공략날짜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긴장된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해 청문회에서는 5공권력의 심부를 장악했던 장세동 전경호실장(전 안기부장)을 비롯, 안현태 전경호실장 등 전전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세종 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7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장세동씨는 최근 월간지 등을 통해 일해재단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정면 대응자세를 취할 것이 확실시돼 증언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더구나 신문·진술이 일해 비리자체에 머물지 않고 5공 전반의 비리공방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장·안씨의 발언은 소의 연희동 수구파의 입장을 대표한 것이 될 것으로 5공과의 단절론과 선별 계승론 사이에서 방향제시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민정당의 대응자세도 관심이다.
청문회의 초점은 △일해재단의 사유화, 즉 전전대통령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관으로서 기능부여문제 △기부금 강제모금 △기부기업인의 특혜 등 정경유착으로 맞춰진다. 3일에는 김기환 소장·김인배 사무처장·조성희 초대 총무부장 등 실무그룹이 나오며 여기서 단서와 증거물을 포착·확인해 7일 거물급증인을 불러 진상을 파헤친다는 전략이다.
야당 측은 이제까지의 문서검증·현장조사·증언 등을 종합할 때 비리의 확증제시가 어렵지 않다고 자신하고 있다. 5공 시절의 청와대가 비리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입증시키겠다는 의욕이다.
우선 일해재단 운영·자금관리가 상당기간 청와대 경호실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공략목표다.
야당 측은 이의 증거로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에서 운영비를 타 썼으며 자금관계 일체서류가 5공화국 말기인 87년도에서 넘어왔다는 점을 단서로 들고있다.
청와대에서의 별도자금관리의 실례로 야당 측은 87년 1월 결산보고서에 별도관리자금이 3백억원이라고 명시된 것 등을 들고 있다.
또 기업인 4명이 익명으로 낸 35억원과 관련, 익명화된 과정을 추궁해 청와대 기금관리의 방만함, 정치자금 징수여부를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문서검증을 통해 익명 35억원이 일해 주장대로 이준용(대림), 최순영(신동아), 유찬우(풍산), 장치혁(고려합섬)씨가 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것을 굳이 익명으로 처리한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야당 측은 △이들의 기부금은 뚜렷한 사용처를 제시한 것이 아닐 수 있고 △84년 10월의 최정영·이준용씨가 각각 낸 10억원짜리 수표는 발행날짜와 접수날짜가 50일 정도 차이가 있어 「청와대 금고」로 추정되는데서 뒤늦게 기부처가 결정돼 넘겨졌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야당 측은 또한 초창기 자금조성과정에서의 당시 현역 보안사대령인 조성희씨의 역할, 증인으로 나온 양정모씨(국제그룹 회장)의 증언을 통해 기금강제출연여부를 추적한다.
특히 정주영씨가 최근 5공화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객관적 발언」을 한 것으로 미뤄 이번 청문회에서도 의미 있고 구체적인 증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위의 한 소식통은 『정씨가 정경유착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할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그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있다.
이 같은 야당 측의 의욕이 어느 정도 먹혀들 수 있는가는 7일 장씨 증언 과정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딱 부러진 해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해의 실무적 문제는 이미 상당부분 파헤쳐졌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전씨의 압력이나 영향력 행사는 실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언대에서의 장씨는 아웅산 폭발사건에 따른 설립과정, 자발적인 성금모금 등을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통폐합특위는 언론탄압의 실상규명이라는 과제에서뿐만 아니라 연희동파 또는 5공 주도파의 정면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번 국회 문공위 국정감사 때도 부분적으로 노출되기도 했지만 허문도씨 등의 증언 초점은 당시 보안사의 역할, 나아가서 당시 노태우 사령관의 책임으로 연결지어가는 듯한 인상이 뚜렷해 정가일각에서는 청문회를 통한 5공파의 반격과 민정당 등 여권의 분열 노출 등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하고 있다.
특위·청문회의 본격가동과 더불어 5공 청산작업이 가속됨에 따라 정국전체도 그 영향권 속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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