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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접목한 무적 발차기 ‘깡’보라 “금메달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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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보라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의 금메달 사냥을 이끌 기대주다. [프리랜서 김성태]

강보라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태권도의 금메달 사냥을 이끌 기대주다. [프리랜서 김성태]

“30년 지도자 하면서 선수 팬이 돼보긴 처음입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D-16 #여 49㎏ 우승 노리는 여고생 강보라 #도장 운영하는 부친 등 태권도가족 #쉬지 않고 쪼그려뛰기 1000번 독종 #“3연패 도전 이대훈이 롤모델이죠”

지난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종기(58) 태권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연신 한 선수를 칭찬했다. 김 감독은 1977~81년 세계선수권을 3연패 한 한국 태권도의 전설이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을 이끌었고, 청소년대표 전임지도자도 오래 했다. 그런 김 감독을 사로잡은 선수가 누굴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49㎏급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강보라(17·성주여고)다.

고교 2학년인 강보라는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데 이어,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소희(세계 1위, 7월 기준)를 제치고 지난 2월 성인 국가대표로 처음 뽑혔다. 5월 열린 여자 49㎏급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선 지난해 무주 세계선수권 챔피언 심재영(21위)을 꺾고 1위에 올랐다. 이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결승전에서 당시 49㎏급 세계 1위 웅파타나키트패니팍(태국)을 눌렀다. 지난달 제주 코리아오픈에선 46㎏급에 출전해 우승했다. 강보라는 이 대회 결승에서 말라코티칸마리얌(이란)을 50-12로 크게 이겼다.

성주는 인구 5만이 안 되는 소도시다. 성주여고에 태권도부가 있지만, 선수가 적어 지역 초중고 남녀 선수들이 한데 모여 훈련한다. 강보라의 아버지 강호동씨는 태권도장을 운영한다. 강씨는 태권도 뿌리 찾기 차원에서 택견까지 연구했다. 강보라는 “부모님이 처음 만난 곳이 택견 도장”이라며 “나는 4살 때 택견, 6살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동생 미르(15)와 쌍둥이 남동생 대한·민국(11)도 태권도 선수다. 미르 실력도 언니 못지않은데, 지난 4월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 42㎏급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진천선수촌 태권도 훈련장에서 택견의 겨차기를 응용한 발차기 동작을 선보이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진천선수촌 태권도 훈련장에서 택견의 겨차기를 응용한 발차기 동작을 선보이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태권도에 택견 기술을 접목하면서 위력이 배가됐다. 강보라는 “택견은 넘어지면 진다. 택견을 배운 덕분에 중심을 잘 잡는다. 또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택견의 겨차기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큰 효과를 봤다”고 소개했다. 겨차기는 몸을 비틀어 발로 차는 기술이다. 김종기 대표팀 감독은 “태권도에선 얼굴(상단) 공격 시 발이 상대 몸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강보라의 발차기 궤적은 발이 안쪽으로 먼저 들어가 바깥쪽으로 나온다. 상대로선 보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강보라의 롤모델은 이대훈(26)이다. 김종기 감독은 강보라를 ‘여자 이대훈’으로 부른다. 이대훈도 고교 3학년(한성고) 때인 201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9년간 세계대회를 휩쓸었다. 이대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김 감독은 “이대훈은 지독한 연습 벌레다. 강보라 역시 쉬지 않고 쪼그려뛰기 1000개를 해낼 정도로 독기가 있다. 그래서 내가 ‘깡보라’라는 별명도 붙여줬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대훈에 관해 물어보자 아이돌을 만난 소녀 팬처럼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이대훈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가까이서 보니 경기를 즐기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품새(4체급)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대신 겨루기가 10개 체급에서 치러진다. 4년 전 인천 대회 땐 겨루기 16체급이었다. 한국 태권도는 인천에서 금메달 6개를 따냈다. 김종기 감독은 “이번엔 5개 이상의 금메달을 바라보는데, 강보라와 이대훈이 가장 믿을만한 금메달 후보”라며 “이번에 보라를 보면 세계 태권도계가 시끌시끌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강보라는 “아버지는 ‘전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기라’고 한다”며 “첫 출전이라 긴장되면서도 경기에 빨리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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