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못 밝힌 채 사실상 수사 종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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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5공화국 정치의혹의 하나로 큰 관심을 모아왔던 용팔이 사건은 결국 검찰에서도 배후를 못 밝힌 채 일단락, 수사의 한계를 또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24일 「용팔이 사건」으로 알려진 통일민주당 창당방해폭력사건으로 구속된 주범 김용남씨 (38·일명 용팔이) 와 배후조종책 이선준씨 (46·전신민당청년국제 1부장), 행동책 김용환씨 (22·다방종업원)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기소, 세인의 관심을 끈 이번 사건을 배후없이 단순 폭력으로 매듭지었다.
용팔이 김씨 등은 지난해 4월 폭력배 1백여명을 동원, 서울·인천·수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통일민주당지구당창당대회를 방해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다 1년5개월만인 지난달 말 검거, 구속돼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 배후가 드러날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일 이들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20일 동안 수사를 벌였으나 이들이 검거되기 직전 미국으로 도피한 전신민당총무부국장 이용구씨 (55) 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배후 인물에 대해 함구함에 따라 더 이상의 수사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당시 상황으로 보아 특정권력의 사주나 공권력의 뒷받침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 사건의 배후파악에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현재로선 중요한 연결고리인 이씨의 신병확보가 안돼 수사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된 셈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배후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 호국청년연합회회장 이승완씨 (48)를 조사했으나 이씨가 관련사실을 모두 부인한데다 미국에 도피한 이용구씨의 신병확보를 못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용팔이 배후를 전혀 못 밝히게 돼 이들이 짜놓은 각본대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지적마저 받게된 것이다.
검찰은 그 동안 용팔이 김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아랫선 수사를 통한 윗선 파악에 주력했으나 이에 실패한 것이다.
검찰은 또 철저한 배후수사는 물론 사건발생당시 경찰의 수수방관적 태도와 늑장검거로 지난 1년5개월 동안 잡지 못한 김씨를 수사재개 1개월만에, 그것도 올림픽기간에 검거한 사실에 대한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어야 하는데도 이것 역시 전혀 손도 안댄 채 끝나버려 용팔이 의혹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이 사건은 배후가 명확히 드러나 처벌되지 않는한 앞으로의 민주정치발전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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