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미의 뜨거운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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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해 11월, 형과 함께 텔리비전을 보던 중에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고 긴급속보가 방송되었다.
대한항공소속 858기가 아부다비를 떠나 방콕으로 오던 중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뇌리를 문득 스치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분명 북괴의 짓이야.』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비행기의 구명보트가 바다 속에서 발견되었고 탑승객 모두는 사망하였으며 그 범인은 김정일이 보낸 특수 공작원이었다.
70세나 되는 남자와 26세의 여자였다.
두 범인이 검거된 후 독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남자는 죽고 여자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산 여자가 바로 이 책의 만행의 주인공이다.
본명은 김현희. 북한여권에는 김옥화, 중국식으로 백취혜, 일본식으로 「하치야 마유미」등 여러 가명을 쓰며 위장했다.
한국 측으로 인도 되었을때 우리말을 안 쓰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자유스러운 모습, 행복한 사회를 보고 들으며 여경찰의 따뜻한 마음으로 얼어붙은 「마유미」의 마음을 녹여 결국 사건 전모를 밝히게 되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오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나도, 우리 모두도 까맣게 잊고있지는 않았는지····.
조기자의 생생한 체험과 함께 사건의 발단·전개·결말에 이르기까지 나는 조기자의 마음으로 한장한장 종이를 넘겼다.
부전자전이라더니 아버지가 그런다고 아들 김정일이 제 아버지보다 엄청난 일을 벌이다니 닮지 말 것을 닮아서 그런 일만 저지른다.
나는 아웅산묘소 참사사건과 KAL기 만행사건을 북괴의 최후의 발악으로 보고 이번 올림픽만 안전히 마치면 서서히 무너져 가는 김씨 부자의 모습을 보리라 믿는다.
언제, 어디서 그보다 더한 일이 있을지 모른다.
그저 모여서『규탄한다』라고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힘을 길러 안으로 밖으로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야겠음을 이 책이 또다시 깨우쳐 주었다.<김모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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