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보다 뛴다는 자체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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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두 다리가 없는 상이용사가 배구·농구·스키·투창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스포츠맨」 이다.
『정상인들처럼 뛰고 달리고 겨루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요. 승패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미 배구팀장 「빌·덴비」선수(38)-.
이번 대회에 배구 외에도 투포환·투창·투원반까지 4종목에 참가했다.
「덴비」가 다리를 잃은 것은 17년 전인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베트콩의 포격을 당했다.
상이군인으로 퇴역, 고향인 메릴랜드로 돌아왔으나 당시 미국의 반전무드는 그를 더욱 좌절하게 했다.
졸지에 두 다리를 잃은 서러움과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고 술과 마약에 빠져들었다. 상이연금을 타면 모두 술로 바꾸는 절망의 세월이 5년.
1년만에 의족을 끼고 걷는데 자신을 얻게된 그는 달리기연습을 시작했고 운동에도 관심을 가졌다.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된 「덴비」가 처음 택한 종목은 「스키」. 지금은 코치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농구와 배구는 일반선수들과 섞여 뛰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
『어머니와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덴비」는 한국의 훌륭한 가족제도는 장애자들에게 있어서 재활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귀중한 재산이라며 부러워했다. <오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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