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섬유예술 "만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최근 10년간 미국 섬유미술계의 다양한 작업들을 한눈에 보여주는 『미국 섬유예술의 프런티어 전』이 워커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11월30일까지).
한국 섬유미술가 회 후원을 얻어 워커힐 미술관과 주한 미국 공보원이 공동 주최한 이 전시회는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10개국 순회전의 일환으로 열리게 된 것.
41명의 현역작가가 80년대에 제작한 작품 63점이 출품됐다.
전시작들의 공통된 특성은 옛 문화들로부터 기법과 형식을 취하여 이를 현대미술작품으로 변모시킨 점.
특히 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한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문화권의 섬유전통에서 영향을 받고있어 「미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준다.
여성들의 고유한 일감이던 천 짜기라든가 누비기·덧붙이기 등의 바느질기법이 활발하게 이용되고있는가 하면 콜라주·감기·꼬기·혼성기법·레이저복사 등의 기법도 등장하고 있어 기법의 개발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니·루카스」(38) 작 『행운의 승자』(86년)는 천을 주재료로 하여 만든 작품. 네모 판에 사람의 상체부분을 묘사한 이 작품은 실·노끈 등으로 머리칼을, 책과 인형·구두 등으로 눈·코를 각각 표현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한국문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어 이채 「릴리언·엘리어트」(58)작 『이조』는 등·마·아크릴 등을 사용하여 85년에 제작한 일종의 바구니 형태. 50년대 추상표현주의미술교육을 받았던 그는 한국민속미술순회 전시회를 참관한 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페이드·링골드」(58)작 『어머니의 이불』(83년)은 옛날 여성들이 함께 이부자리를 만들던 것에 착안, 그의 어머니와 함께 누비이불을 협동 제작 한 것이어서 「생활 속의 예술」임을 만끽하게 해준다. <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