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보면 택시 "줄행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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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장>
○…18일 올림픽공원 주변도로에서 열린 뇌성마비 6등급 1천 5백m 사이클경기에서는 한국선수 3명이 장애자 세계기록을 수립하며 금·은·동메달을 독차지하는 기염.
모두 7명이 출전한 이 경기에서 1위 곽도걸(18·2분18초95), 2위 김종길(21·2분25초84), 3위 이정렬(28·2분29초24) 선수를 비롯, 6위까지 세계기록인 2분43초38을 깨는 신기록.
○…올림픽공원 탁구경기장에서는 복식결승전에 진출한 노르웨이의 「시멘스」와 「스탠버그」 선수를 응원 나온 노르웨이 선수단 10여 명 및 장애자올림픽을 계기로 이들과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이태원동 이태원 감리교회 신도 20여 명 등이 「전진 노르웨이」를 뜻하는 노르웨이 말 『헤이야 노르게』를 외치며 힘차게 응원 전을 펼쳤으나 아깝게 준우승.
그러나 노르웨이 대표팀 단장 「얀센」씨(65)는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인의 응원이 없었다면 메달 권에 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고국에 가면 반드시 한국인들의 친절을 널리 알리겠다』고 고마움을 표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론 볼링 경기가 벌어진 상무 종합경기장 야외 인조 잔디장에는 l8일 많은 관중이 찾아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관건.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인조고무로 만든 공을 굴릴 때 숨을 죽이던 관중들은 공이 떼굴떼굴 굴러 묘적지에 가 멈출 때는 아낌없는 박수.
영국 등 서유럽이 강세를 보인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관중들은 『어릴 때의 구슬치기놀이와 비슷하다』며 『다음에는 구슬치기를 하며 자란 우리 선수들이 잘 할 것 같다』고 자평.
○…쓸쓸하기만 했던 장애자올림픽 시상식장에 18일 오후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펜싱경기장,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수영경기장에 나와 메달과 꽃다발을 수여하고 주위선수들과도 악수와 포옹으로 따뜻한 격려.
○…서울과 대중교통수단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는 성남 상무체육관에는 경기를 관람하러온 장애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1km가량 나가 버스를 타는 안쓰러운 모습.
선수들과 운영요원은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관람하러온 장애자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멀리까지 나가야하고 거기에다 대중버스는 출입구가 계단식이어서 불편하며 택시도 휠체어를 보면 서지도 않고 지나치기 일쑤.
이 때문에 상무체육관에는 경기 첫날인 16일 많이 왔던 장애자 관람객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정상인만이 지켜보는 장애자올림픽」이 되고 있다.

<선수촌>
○…선수촌 정문 앞 빈터주차장에는 자가용을 가진 서울지역 장애자 50여 명이 「곰두리차량봉사대」(회장 고용성·35·자동차학원경영)를 만들어 장애선수들에게 무료 차량서비스를 해주어 인기.
18일 오후 이태원 쇼핑을 위해 봉사대 차량을 이용한 미국의 「펠트만」선수(38·역도) 는 『무료 차라는 것도 매력이지만 운전사가 같은 장애자라는 점에서 우선 마음이 편하다』 며 고마움을 표시.
한편 한 봉사대 관계자는 많은 선수들이 「무료서비스」라는 광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자가용 영업 차로 의심하는 바람에 이용을 꺼리기도 한다며 조직위가 봉사대원들에게 조직위유니폼을 지급해 줄 것을 바라기도.
○…18일 오후 선수촌 주차장에는 이란 시각장애선수 7명이 숙소아파트로부터 일렬로 줄을 서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행렬」로 뛰어와 눈길. 이들은 이란의 시각장애자 골볼 팀 선수와 감독으로 잠실경기장의 시합을 위해 가던 길로 『기차행렬은 시각장애자들의 가장 능률적인 장소이동방법』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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