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물난리에 발동동] 충북 영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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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낮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리 제작마을.

지난해 태풍 '루사'때 궁정천이 범람해 큰 피해를 본 데 이어 태풍 '매미'로 집이 무릎까지 잠기는 수해를 당한 마을 주민들이 복구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엔 담배 건조장과 집 사랑채가 통째로 쓸려나가는 피해를 보았다는 김윤식(65)씨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잎담배 한장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바쁜 손길을 놀렸다.

군부대 장병 20여명이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주고, 이웃 상촌면 어머니방범대원 10여명이 빨래 등 가재도구 정리에 일손을 보태 金씨의 시름을 덜어줬다.

조인자(61.여)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 집안이 갑자기 물에 잠겨 쌀 한톨도 못 건졌지만 그래도 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영동군에선 청원 주성대 학생 80여명이 심천면 고당1구 박정범(54)씨의 논 2천4백여평에서 쓰러진 벼를 세우느라 구슬땀을 흘린 것을 비롯해 영동읍 감나무봉사단 등 10개 단체 2백여명이 상촌면 고기리 김상수씨 논 등에서 벼 세우기 봉사활동을 펼치며 수재민의 복구 의지를 북돋워줬다.

그러나 주민들의 상처가 쉽게 아물기는 어려워 보였다. 허술한 복구공사 탓에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궁촌리 주민 김원길(50)씨는 "수해 재발을 막기 위해 옹벽을 쌓아달라고 몇 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며 "돌과 흙으로 엉성하게 쌓고 돌망태를 씌워놓은 둑이 맥없이 떠내려가고 말았다"고 말했다.

상촌면 임산리의 '상촌표고영농조합법인'의 회원들은 수해가 난 지 나흘이 됐건만 복구는 손도 못댄 채 창고에 모여 당국만 원망하고 있었다. 부실한 고자천 복구공사로 저온저장고 1백평이 형체도 몰라보게 망가졌고 표고 4t가량이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당국에 저장고 쪽에 옹벽을 설치해 달라고 다섯차례나 요구했으나 묵살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영동=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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