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이전프로젝트]'효율적 업무' 위한 스마트워크센터, 이용해 보니...

중앙일보

입력

“세종씨, 스마트워크센터 가서 이번 달 지출 보고서 수정 부탁해요!”

국회야, ‘스마트워크’에 날개를 달아줘!

영상회의 대신 얼굴 보길 원하는 국회의원 덕에 반나절 동안 서울 출장에 오른 세종씨. 사무관에겐 ‘꽃길’ 아닌 ‘업무 길’만이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서울로 향하는 순간에도 2주 전 올렸던 지출 보고서 수정 요청이 전달됐다. 출장 중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할지 모르니 센터 이용 신청부터 해놓으라는 선배의 선견지명이 적중한 셈이다. 서울행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세종씨는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로 향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외부에서 원격으로 업무가 가능한 공간이다. 사무실 바깥에서도 사무실 컴퓨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스마트워크센터가 도입된 2015년부터 매해 이용자 수는 10만 명 정도 되는 상황이다. 현재 전국에는 행안부 스마트워크센터가 총 15군데에서 가동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재택근무, 이동 근무와 더불어 2010년 정부가 구축을 시작한 스마트워크 제도의 한 축이다. 정부는 당시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 제도를 만들기 위해 스마트워크 제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까지 맞추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셈이다.

행안부가 2012년 발표한 ‘스마트워크센터 이용 지침’에 따르면 스마트워크의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침은 “조직 성과 향상, 개인 삶의 질 제고 등 스마트워크 기대 효과는 정기 근무를 통해 더 실현할 수 있다”며 “정기 근무 중심으로 센터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정부는 많은 예산을 들여 스마트워크센터에 공을 들여왔다. 행안부는 지난해에도 스마트워크센터 설립·운영비로 33억8000만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관련 예산도 33억56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워크센터는 그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로 옮겨가지 않은 국회나 정부 부처로 인해 생겨난 이동 때문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5년 행안부가 발표한 ‘스마트워크센터별 이용 실적’에 따르면 수시 근무나 정규 근무가 주로 이뤄지는 거주지형 센터의 이용률(연간 이용자 수/(연간근무 일수 x 센터 좌석 수)는 저조하다. 서울청사나 서울역 센터가 각각 184.9%, 363.5%의 이용률을 보이는 데에 비해 잠실이나 도봉센터의 경우 64.2%, 45.4%의 낮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SRT 인근 수서센터와 같은 출장형은 늘어나고 있지만, 대표적 주거형인 도봉센터는 낮은 이용률로 인해 2017년 폐쇄되기도 했다.

취재 결과 스마트워크센터 자체가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안 USB 이용 불가, 인증서 등록의 불편이 주된 이유였다. 세종청사에서 일했던 행정사무관 A씨는 “본청 사무실에서는 보안 USB만 이용할 수 있는데 스마트워크센터에서는 인식이 되지 않는다”며 “급하면 서울에 있는 사무실 동료 컴퓨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청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A 씨에게는 컴퓨터 사용을 요청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사무관 B씨 역시 “스마트워크센터 시스템 접속을 위한 인증서 등록이 어렵고 필요한 자료를 다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능률적 업무 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무관 C씨 역시 “보안 클라우드 환경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내 사무실 자리 컴퓨터를 넘을 수 있는 환경은 없다”며 “이미 작성한 자료를 인쇄하는 곳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종시=행정수도’라는 타이틀이 완성되지 않은 덕에 스마트워크센터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가 시작되던 2012년 당시 발표된 센터 이용 지침에서는 ‘세종시나 혁신도시로 정부기관이 이동하며 생긴 업무 공백 해소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명시하지 않았다. 2014년 개정된 지침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항목이었다. 공무원 A 씨는 “국회와 같은 것들이 아직 세종시에 이전하지 않으면서 이동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진정한 스마트워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워크센터를 활용하게 되면…육체적 피로와 교통비 부담을 대폭 줄이고 더불어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게 됩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잡무를 줄이고, 원 근무지와 동일한 업무환경에서 효율적인 근무가 가능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개인 삶의 질이 향상됩니다. 출퇴근 시간의 절약을 통해 육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행안부에서 설명한 스마트워크센터 도입에 대한 기대 효과다. 옮겨오지 않은 국회와 기관으로 인해 서울과 세종 간 갖가지 이동이 계속되면서 기대 효과들은 달성되기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잠깐 일하는 공무원들은 늘어나고, 이동에 걸리는 시간과 체력적 소모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가 정말 스마트하게 사용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지혜(연세대 사회학과 4)·정철희(연세대 노어노문과 4) 국회이전프로젝트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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