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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 다시 없을 것”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며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 내곡동 청사를 방문해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결코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약속한다”며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국정원 방문은 지난해 6월 출범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활동 성과를 격려하는 동시에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 및 참석자들과 사전환담을 가졌다.[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 및 참석자들과 사전환담을 가졌다.[사진 청와대]

 적폐청산 TF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조사해 검찰 및 담당 부처에 결과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지난 1월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 정보 관련 업무를 축소하는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결코 여러분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며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문재인대통령은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20일 오후 문재인대통령은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 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라면서도 “그 목표를 대통령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기 위한 후속 입법 조치 등을 당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원 청사 내에 생중계돼 전 직원이 시청했다.

 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으로부터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2차 조직개편을 완료했으며, 폐지된 국내 정보 부서 인력은 해외ㆍ북한ㆍ방첩ㆍ대테러 등 분야로 재배치하는 내용 등을 보고받았다. 국정원은 위법 소지가 있는 업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준법지원관 제도’를 도입하고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부서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 등도 함께 보고했다. 서 원장은 “지난 1년 과거의 잘못된 일과 관행을 해소하고, 국내 정치와의 완전한 절연과 업무수행체제ㆍ조직 혁신에 주력해 왔다”며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미래 정보 수요와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보고를 받기에 앞서 문 대통령은 업무 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기 위해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없는 별’ 석판 앞에서 묵념했다. 문 대통령은 “이름 한줄 남기지 못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일 것”이라며 “그 본령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지켜내는 것이 이 시대에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방명록에 쓴 글 .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방명록에 쓴 글 .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5년 민정수석으로,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정원을 방문한 바 있어 이번이 1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이지 않는 헌신,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라고 썼다.이날 국정원 업무보고에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참석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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