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 아프리카를 달린다] 우리기업 진출 활약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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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제1의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이스트게이트. 이곳 1층 전자제품 코너에는 LG전자와 일본 파나소닉의 21인치 평면TV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LG 제품의 값이 현지화폐로 3천5백랜드(59만원)로 파나소닉의 3천3백랜드(55만원)보다 비싸다.

독일 지멘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제품이 진열된 냉장고.세탁기 코너에는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LG전자의 제품이다. KOTRA 남아공지역본부 권세영 과장은 "남아공에서 한국 가전제품은 최고 품질의 고가품으로 통한다.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은 갖고 있는 게 자랑거리 중 하나일 정도로 인기다. 네스토르 디암브와나 콩고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달 초 한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계 최고인 삼성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9월 초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산업자원부와 기업 투자실사단에 정유.섬유 공장 건설에 투자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이 지역의 투자성공 사례로 대한전선이 꼽힌다. 대한전선은 자본잠식 상태인 남아공의 전선제조회사 말라셀라 테크놀러지를 2000년에 인수해 이름을 엠텍으로 바꾸고 광통신용 케이블 생산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01년부터 남아공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콤에 광케이블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4백만달러(47억원 상당) 의 흑자를 냈다. 엠텍은 7명의 이사 중 둘을 현지 흑인으로 선임했고, 직원의 80%가 흑인이다.

김진한 사장은 "남아공 정부의 흑인우대 정책에 호응한 점이 국영기업인 텔콤에 광케이블 납품권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약 40억달러였던 아프리카 지역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이스트게이트 등 남아공의 큰 쇼핑몰에 신형 쏘나타를 전시 중이다. LG전자는 아프리카 국가 대항인 LG컵축구대회를 1997년부터 매해 개최한다.

삼성전자 아프리카.중동 총괄본부 임동언 마케팅팀장은 "고가품 판매가 늘어 아프리카 지역의 전자제품 매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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