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우수한 문자 몇 개의 자모로 만든 아이디어 자체가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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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종근 기자]

"한국어는 그리스어와 함께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우수한 알파벳 표기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저명한 언어학자인 요르고스 바비니오티스(67.사진) 아테네대 총장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바비니오티스 총장은 "아테네대 총장이자 그리스문화교류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전무했던 한국-그리스 간 교육.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바비니오티스 총장은 "아테네대 아시아학과에 한국학.인도학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외국어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을 방문해 교류 협력 방안의 큰 틀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아테네대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유일한 대학으로 재학생만 10만명인 초대형 캠퍼스다. 중국학.일본학 과정은 이미 개설돼 있다.

바비니오티스 총장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그리스어 사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을 그리스어에 비유했다. 그는 "그리스어는 기원전 10세기에 만들었고, 한글은 15세기에 창제됐지만 시기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몇 개의 자음과 모음 조합으로 모든 문자를 표기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 그 자체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매우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문자"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본주의 정신이 널리 퍼져있는 점은 그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그는 또 "한국의 여러 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학생시위나 교직원 시위가 벌어져 이색적이었다. 오히려 역동적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테네대엔 시위가 없냐'고 묻자 "정부 지원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과격 시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리스와 한국의 교육제도 차이에 대해 "그리스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학비와 교재비를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 사립대는 없다.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려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대학을 3년제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리스는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대학교육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글=배영대 기자<balanc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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