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스트레스 최대한 줄여줘야

중앙일보

입력

취학 전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면서 부모들이 한번쯤 고민하는 부분이 창의성 개발에 관한 것이다. 특히 영어유치원에 보내려는 경우 영어교육만 중시하고 창의성 개발이나 인성교육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한다. 지식 교육에 치중해 아이의 성격이나 인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냐는 상담도 적지 않다.

창의성은 비단 영어유치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어린이 교육에 있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창의성은 사람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에서부터 기존 생각이나 산물을 재구성하는 사고력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창의성을 정의하고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또한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개인의 태생적 요인에서부터 사회 분위기와 환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환경과 아울러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영어유치원이 선을 보인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다. 초기에 선보인 영어유치원은 솔직히 아이들의 창의성을 배려한 심리적.물리적 환경 구축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초기의 영어유치원들은 아이들이 영어와 친숙해지기도 전에 무조건 영어 단어를 암기시키고 철자를 따라 쓰게 하는 파닉스 교육으로 일관한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학습 효과도 적었다. 또한 물리적인 환경 면에서도 협소한 공간과 놀이시설 부족으로 다양한 놀이와 활동이 힘들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어린이 영어교육 기법이 발달하면서 영어유치원의 프로그램도 수준이 높아졌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위한 다양한 주제별 활동과 놀이 프로그램은 물론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표현하는 드라마 교육 기법에 이르기까지 전보다 한층 향상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 환경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넓고 쾌적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영어유치원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창의성은 사고의 유연성과 독창성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개방성을 근간으로 하여 길러지게 된다. 어릴 때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에는 당연히 학습 스트레스가 따른다. 그래서 학습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영어를 습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영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영어를 이중언어로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이제 상황이 역전된다.

영어로 된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사고의 유연성과 수용성이 두배, 세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창의성 개발 가능 여부는 교육 기관의 형태보다는 교육 철학과 방식. 커리큘럼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에 달려 있다. 창의성은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직 만들어져 가고 있는 취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우열을 평가하고 결과를 속단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이기엽 (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