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이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공약은행(유권자들이 지역개선 정책을 제안하도록 531.joins.com에 중앙일보가 개설한 사이버 은행)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제안들이 올라 있다. "시장 부지를 매각하면 2조원 이상의 재원이 마련돼 이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가락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농수산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시장 일대의 심각한 교통 정체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이곳에선 하루 평균 7300t에 이르는 농수산물이 거래된다. 적정 처리 물량인 하루 4800t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래서 청소과 직원들이 매일 새벽 쓰레기 처리에 몸살을 앓고, 화물 차량으로 인한 교통 혼잡은 매일같이 반복된다. 그러나 정부와 송파구의 입장은 정반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시장 재건축 방침을 확정한 반면 송파구 의회는 두 달 뒤 이전 추진을 결정했다. 송파구민들이 공약은행에 '예금'한 공약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청장 후보자들을 만났다.

열린우리당 후보인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가락시장 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전에 동의한다"며 "정부의 재건축 방침을 바꾸려면 정부.여당.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가락시장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순 후보도 "가락시장 이전은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며 "공약은행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모으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니페스토 공약 기준에 따라 이전할 장소, 시기, 재원 조달 방법을 꼼꼼히 따져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시장을 이전하려면 서울시의 지원이 절대적인 만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현종 민주노동당 후보는 "정부 방침대로 현재 자리에서 재건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예비후보는 그 이유로 "악취 문제는 재건축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대의 교통난은 시장을 이전한다고 해서 해결될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만큼 이전에 따른 실익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시장 인근인 문정동 훼밀리아파트에 사는 주부 조경숙(45)씨는 "오후 8시만 되면 시장을 드나드는 화물 차량으로 교통 혼잡이 극심하고, 여름철 악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며 "가락시장 문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 공약제안 지도=전국의 주민들이 어떤 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제안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게 만든 지도. 전국 교통지도처럼 16개 특별.광역시, 도와 230개 군.시.구별로 작성된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매니페스토 참공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정책수요 지도'라고도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