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의장 후보 1순위였던 서청원,"국회, 분열의 상징이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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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공석인 관계로 최다선 의원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공석인 관계로 최다선 의원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 8선의 서청원 의원(75·무소속)이 국회의장석에 섰다. 국회법에 따라 20대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무대행직을 맡았다.

서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여야의 대화, 타협과 상생의 협치 정치가 실종되고 정쟁이 끊이지 않아 후반기 원 구성이 40일 이상 지연돼 안타깝다”며 “그나마 오늘 의장단이 선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반기 국회 의장단으로 문희상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이주영 부의장(자유한국당), 주승용 부의장(바른미래당)이 선출됐다. 이로써 45일 만에 국회의장단 공백이 해소됐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장 공석으로 회의를 진행하던 서청원 의원과 교대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장 공석으로 회의를 진행하던 서청원 의원과 교대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서 의원은 “국회는 다양하고 또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이 모여 국민의 일반 의사를 확인하고, 지향을 정해 정책과 법으로 구체화하는 곳”이라며 “그래서 국회를 국민 통합의 중심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근래 국회는 국민 통합은 좀 멀리하고 오히려 분열의 상징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식이면 국민 생존과 국가 번영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늘을 계기로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서 의원이 본회의 의사봉을 잡을지는 미지수였다. 친박 핵심이던 서 의원이 지난 20일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달라”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후 공식 행보를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결국 임시 의장을 맡아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특정 계파의 수장이 아닌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의회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치인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180석까지 기대하던 시절,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의 유력 후보는 서 의원이었다.

하지만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1석 뒤진 122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그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당이 분열됐다. 서 의원은 전반기 정세균 국회의장, 후반기 문희상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의장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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