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 8선의 서청원 의원(75·무소속)이 국회의장석에 섰다. 국회법에 따라 20대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무대행직을 맡았다.
서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여야의 대화, 타협과 상생의 협치 정치가 실종되고 정쟁이 끊이지 않아 후반기 원 구성이 40일 이상 지연돼 안타깝다”며 “그나마 오늘 의장단이 선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반기 국회 의장단으로 문희상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이주영 부의장(자유한국당), 주승용 부의장(바른미래당)이 선출됐다. 이로써 45일 만에 국회의장단 공백이 해소됐다.
서 의원은 “국회는 다양하고 또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이 모여 국민의 일반 의사를 확인하고, 지향을 정해 정책과 법으로 구체화하는 곳”이라며 “그래서 국회를 국민 통합의 중심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근래 국회는 국민 통합은 좀 멀리하고 오히려 분열의 상징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식이면 국민 생존과 국가 번영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늘을 계기로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서 의원이 본회의 의사봉을 잡을지는 미지수였다. 친박 핵심이던 서 의원이 지난 20일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달라”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후 공식 행보를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결국 임시 의장을 맡아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특정 계파의 수장이 아닌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의회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치인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180석까지 기대하던 시절,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의 유력 후보는 서 의원이었다.
하지만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1석 뒤진 122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그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당이 분열됐다. 서 의원은 전반기 정세균 국회의장, 후반기 문희상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의장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